Air - Lov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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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아웃(Chill-Out) 일렉트로니카의 최고 아티스트
프렌치 일렉트로닉 듀오-에어(AIR)의 2009년 새 앨범 [러브 2(LOVE 2)]
‘달콤 쌉싸름한’ 이라는 표현이 걸 맞는, 롤리팝처럼 달콤하면서 쌉쌀한 다크 초컬릿처럼 깊은 매력의 낭만적 서정성을 갖추고 있어 쉽사리 질리지 않는 최고 완성도의 감상용 칠-아웃 일렉트로니카 앨범!
통통 튀는 달콤한 첫 싱글 <Sing Sang Sung>, 영화음악처럼 드라마틱한 분위기의 <Love>, 낙엽이 떨어지는 쓸쓸한 가을의 정취를 인디 록의 감성으로 그려낸 <So Light Is Her Footfall>, 보코더로 보컬 효과를 사용한 미드 템포의 <Missing The Light of The Day>, 동양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연주곡 <Night Hunter>, 물방울 떨어지듯 통통 튀는 피아노 연주와 서정적인 신서사이저 멜로디가 아름다운 <Tropical Disease>, 파리의 로맨틱한 밤의 데이트를 표현한 듯 달콤한 <Heaven’s Light>, 몽환적이고 한없이 나른한 <You Can Tell It To Everybody> 등 더 없이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영화음악 같은 앨범!
Love is in the air
98년 메이저 데뷔 앨범 [Moon Safari]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일렉트로닉 듀오 에어(Air)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복고풍 신서사이저를 기반으로 따뜻한 감성이 돋보이는 사운드를 구사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밴드로 꼽힌다.
다프트 펑크(Daft Punk), 저스티스(Justice), 알렉스 고퍼(Alex Gopher) 등 프랑스의 인기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이 주로 클럽/하우스로 프렌치 일렉트로닉 뮤직의 스타일을 인지시킨 데 비해 에어의 두 멤버, 니콜라스 고댕(Nicolas Godin)과 장-베누아 뒹켈(Jean-Benoit Dunckel)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감상용(Chill-Out) 프렌치 팝/일렉트로니카를 널리 퍼뜨린 전도사라는 점에서 그 위치를 확고히 지켜왔다. 물론 ‘감상용’이라는 표현만 보면 상업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으나, 무려 500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보면 이들이 얼마나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는지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데뷔 앨범의 엄청난 성공에 비해 좀 더 어둡고 실험적인 2집 [10,000Hz Legend]에 대한 팬들의 반응에 보상하듯 한층 밝아진 [Talkie Walkie], 그리고 자비스 코커(Jarvis Cocker), 닐 해넌(Neil Hannon) 등을 기용해 변화를 추구했던 [Pocket Symphony]에 이르기까지 에어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본연의 색깔을 잊지 않으면서도 항상 실험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유지했다. 여기에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버진 수어사이드(Virgin Suisides)’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 등의 사운드 트랙을 통해 훌륭한 영화음악 제작자로서의 면모도 인정받지 않았던가. 참 재능 넘치는 청년들의 조합이다.
[Love 2] – Can it be more romantic?
2007년 [Pocket Symphony]에 이후 2년 만에 내 놓은 대망의 정규 5집 [Love 2]는 에어의 그 어느 앨범보다 더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면모를 보여준다. 스튜디오의 베테랑들이 여태까지 프로듀서를 기용해 앨범을 제작한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이번 앨범은 에어의 두 멤버들이 직접 프로듀싱을 맡은 첫 작품이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들의 성지와도 같은 파리 북부의 아틀라스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Love 2]에는 한국계 미국 싱어송라이터로 국내에도 두 차례 내한한 바 있는 프리실라 안(Priscilla Ahn)의 데뷔 앨범에 참여한 LA 출신의 조이 워롱커(Joey Waronker)가 드럼/퍼쿠션 파트를 맡았다. 워롱커는 지난 해 에어의 투어에 참여한 인연을 이번 앨범 작업에도 계속 이었고, 에어의 초창기 시절부터 음악적 친분을 유지하고 있던 스테판 브리아트(Stephane “Alf” Briat)가 최종 믹싱에 참여했다.
여전히 변치 않는 감성을 자랑하듯 6월 초 공식 홈페이지 뉴스레터 구독자들에게 ‘Do The Joy’를 무료로 배포한 에어는 8월 말 발표한 정식 첫 싱글 ‘Sing Sang Sung’을 발표했다. 2집 [10,000Hz Legend]의 ‘Don’t Be Light’를 감독한 애니매이션/그래픽 디자이너 Petra Mrkyz & François Moricea가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제작한 ‘Sing Sang Sung’의 뮤직 비디오는 80년대의 비디오 게임을 연상시키는 복고적인 애니매이션으로 통통 튀는 달콤한 싱글을 더욱 빛냈다.
로맨스라는 단어로 압축되는 파리의 풍경을 눈 앞에 그리고 있자니 [Love 2]라는 앨범 타이틀이 살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심플한 구성의 퉁퉁 튕기는 베이스 라인이 맛깔스러운 ‘Love’는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피아노 연주와 더불어 영화 음악과도 같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곡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이다. 단번에 귀에 감기는 한없이 서정적인 보컬의 멜로디와 올드 스쿨 기타 연주가 어우러진 ‘So Light Is Her Footfall’은 낙엽이 떨어지는 쓸쓸한 가을의 정취를 인디 록의 감성으로 그려냈다.
‘So Light Is Her Footfall’에서 선보인 복고적인 기타 연주는 ‘Be a Bee’와 ‘Eat My Beat’에서 한껏 빛을 발한다. 2000년대에 와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개러지 록 특유의 간결한 기타와 드럼 연주가 일렉트로닉과 만난 이 두 곡은 개러지 록의 장점을 댄스 플로어에 풀어놓은 듯하다.
앨범에서 유일하게 보코더로 보컬 효과를 사용한 미드 템포의 ‘Missing The Light of The Day’나 동양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인스투르멘탈 트랙 ‘Night Hunter’도 서정적인 트랙들 사이에서 실험적이지만 위트 넘치는 에어만의 재기를 표현해 냈다.
그 동안 수 차례 영화 음악을 제공했던 베테랑답게 매우 사운드트랙다운 곡들이 앨범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내민다. 고전 영화의 배경음악을 현대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듯 블루지한 오프닝에서 물방울 떨어지듯 통통 튀는 피아노 연주와 서정적인 신서사이저 멜로디가 훌륭한 조합을 이루어 낸 ‘Tropical Disease’, 파리의 로맨틱한 밤의 데이트를 표현한 듯 달콤한 ‘Heaven’s Light’, 몽환적이고 한없이 나른한 ‘You Can Tell It To Everybody’, 찰랑거리는 기타 연주와 색소폰 연주가 매끄럽게 어우러진 ‘African Velvet’ 등 복고적이고 로맨틱한 앨범의 전체 분위기를 이어간다.
[Love 2]는 하나의 통일된 주제를 모토로 각기 다른 특색이 돋보이는 트랙들이 포진되어 다시 한번 에어의 다양한 창조력을 되새김질하는 작품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달콤 쌉싸름한’ 이라는 표현이 걸 맞는, 롤리팝처럼 달콤하면서 쌉쌀한 다크 초컬릿처럼 깊은 매력의 서정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쉽사리 질리지 않는 그런 감상용 앨범이 바로 [Love 2]로 대변될 것이다.
홍희선 (Shirley Hong - http://blog.naver.com/shirley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