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반갑습니다.

리스뮤직

카테고리 검색

상품검색

수량
총 상품금액 13,500

상품상세설명

Benjamin Biolay - La Superbe

프랑소와즈 아르디(Françoise Hardy), 케렌 앤(Keren Ann), 그리고 칼라 부르니(Carla Bruni) 등의 앨범을 작곡/제작한 프랑스가 자부하는 천재 아티스트 벤자민 비올레(Benjamin Biolay)의 비범한 걸작 [La Superbe]

Benjamin Biolay
현재 가장 중요한 프랑스의 프로듀서/어레인저/작곡가가 바로 벤자민 비올레(Benjamin Biolay)다. 물론 컨템프러리 싱어로, 그리고 영화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2009년도 영화 [Stella]에서는 배우로 활약하면서 세자르(Césars) 영화제의 연기자부문 후보로도 노미네이트 된 이색적인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영부인 칼라 부르니(Carla Bruni)와 국내, 특히 일본에서 유독 사랑 받고있는 벤자민의 여동생 코랄리 끌레망(Coralie Clément), 그리고 케렌 앤(Keren Ann)을 비롯한 젊은 스타들은 물론, 쥴리앙 끌레르(Julien Clerc), 줄리엣 그레코(Juliette Gréco), 그리고 앙리 살바도르(Henry Salvador)와 같은 전설급 아티스트들, 그리고 제인 버킨(Jane Birkin)과 프랑소와즈 아르디(Françoise Hardy) 같은 시대의 아이콘들의 앨범을 프로듀스/어레인지하거나 곡을 주면서 이름을 알려나갔다. 너무 대단한 사람들과 꾸준히 작업해온 지라 나열하는데 숨이 다 찰 지경이다. 프랑스 영화제 무렵 국내에서 상영됐던 [클라라와 나 (Clara et moi)], 그리고 깐느 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올랐던 [À l'origine(In the Beginning)]과 같은 영화들의 사운드트랙도 작곡하면서 다방면에서 활약해왔다. 홍서범만 종합 예술인이 아닌 것이다.


1973년 1월, 리옹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가족 사이에 태어난 벤자민 비올레는 음악공부를 마치자마자 사촌들과 밴드를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재능을 가졌던 그는 스미스(The Smiths)의 걸작 [The Meat Is Murder]에 완전히 빠져버렸는데 스미스 이외에도 조이 디비전(Joy Division)과 뉴 오더(New Order), 그리고 XTC 같은 밴드의 음악을 하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었다. 90년대에는 어페어 루이 트리오(L'Affaire Louis Trio)의 앨범에서 XTC의 콜린 몰딩(Colin Moulding)과 작업하면서 결국 그 꿈 한 조각을 맞추기도 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언급했지만 결국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의외로 뻔한 존 레논(John Lennon)이었다고 한다. 비틀즈(The Beatles) 시기와 솔로 앨범들, 그리고 플라스틱 오노 밴드(The Plastic Ono Band) 시절의 음원들은 어린시절 가이드와도 같은 역할을 했단다. 비틀즈의 [White Album]과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Songs In The Key of Life]를 수 십번 들었다고 한다. 두 앨범의 공통점은 더블 앨범이라는 사실인데 실제로 그 역시 더블 앨범을 줄곧 발표하곤 했다.


GQ가 뽑은 반세기동안 가장 스타일리쉬한 남자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Marcello Mastroianni)와 프랑스 국민배우 까뜨린느 드뇌브(Catherine Deneuve) 사이에 태어난 다재다능한 엄친딸 끼아라 마스트로야니(Chiara Mastroianni)와 결혼했고, 결국 이혼했다. 함께 살 때도, 그리고 따로 살더라도 이 둘은 꾸준히 공동작업을 이뤄내고 있다. 이들은 이미 [Home]이라는 관능적인 듀엣 앨범을 공개한 바 있었다.


2002년 [Rose Kennedy]를 통해 혜성처럼 씬에 뛰어들었다. '로즈 케네디(Rose Kennedy)'는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의 모친인데, 위 작품은 케네디가(家)에 관한 컨셉앨범으로 완성됐다. 노래와 작곡, 그리고 오케스트라 어레인지가 모두 가능하다는 점, 무엇보다 큰 그림을 볼 줄 안다는 데에서 많은 이들이 그를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와 비견하곤 했다. 배우로 활동한다거나 특히 여 가수들에게 이 곡 저 곡 준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토와 테이(Towa Tei)의 경우, 그의 음악을 강추하면서 천재라는 꼬리표를 붙여주며 트랙들을 리믹스 해주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스테디 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칼라 부르니의 세 번째 정규앨범 [Comme Si De Rien N’Etait]에서는 스트링 어레인지를 담당하기도 했다. 칼라 부르니는 벤자민 비올레가 손봐준 코랄리 끌레망의 두 번째 정규작 [Salle des Pas Perdus]를 무척 좋아했다는데 그 얘기를 들은 벤자민은 "만일 당신이 노래를 레코딩하는데 스트링 어레인지가 필요하다면 그건 당연히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해버리면서 칼라 부르니와의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La Superbe
2007년 이래 2년 만에 발표한 다섯번째 스튜디오 정규작이다. EMI에서 칼라 부르니, 마리안느 페이스풀(Marianne Faithfull)의 나이브(Naive)로 이적했다. 사실 자신의 회사를 차렸고 그 음반이 나이브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앨범은 브뤼셀의 ICP 스튜디오에서 몇 주간 작업됐다고 하는데, 작업 당시에는 알랑 바슝 (Alain Bashung)과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화이트 라이스(White Lies)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그는 스스로의 앨범을 '에픽'이라 칭했다. 굳이 더블앨범-바이닐 LP로는 석장-으로 발매가 되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컨셉 앨범, 혹은 서사구조를 가진 스토리텔링 기능을 하는 앨범이라고 이런 언급을 해석해볼 수 있겠는데 '오프닝 시퀀스' 혹은 '엔드 크레딧'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걸 보면 이런 짐작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미 이전 작 [Rose Kennedy]에서 컨셉 앨범을 시도한 바 있었고, [Negatif]의 경우에도 두 장의 CD로 앨범을 구성했었는데, 본 작을 만들 무렵에는 자신의 첫사랑 중 하나인 대문호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를 떠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돌진하는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이되, 자전적이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는 프랑스 샹송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다가 XTC의 담백하면서 어두운 분위기라던가 초기 스미스의 영향이 감지되는 상처 받았지만 고풍스러운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저음의 목소리는 주로 에띠엔 다호(Étienne Daho)와 비견되곤 했는데, 아무튼 앨범 작업당시 처음에는 '어반'하게 시작해서 끝에는 포스트 펑크 풍으로 끝나는 앨범을 만들려 했다고 한다. 56개의 곡 중 베스트를 골라냈고 결국 더블앨범으로 완성됐다. 참고로 이전 작 [Trash Yeye] 당시에는 57곡 중 12개를 골라냈던 바 있었다.

두 장으로 나눠진 본 음반의 성향을 억지로 분류해본다면 첫 번째 디스크의 경우 씨네마틱한 샹송 모음집으로 생각할 수 있겠고 두 번째 디스크의 경우엔 포스트-펑크 풍의 프렌치 락앤롤 모음집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당신의 취향에 따라 첫 번째와 두 번째 중 좋아하는 앨범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처절한 스트링 사이로 자크 브렐(Jacques Brel)을 연상시키는 자조적인 보이스가 얹혀지는 [La Superbe]로 앨범이 시작된다. 좀더 업그레이드 된 버전의 셀쥬 갱스부르 식의 훵크 트랙 [Padam], 피아노 한대로 시작해서 점차 스케일이 방대해져가는 [Ton héritage] 등의 곡들이 이어진다.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간지로 완성된 [Si Tu Suis Mon Regard], 후반부에 등장하는 트럼펫이 인상적인 고전미를 주는 [Night Shop], 청명한 비브라폰이 아름다운 무드를 완성하는 [La Toxicomanie]와 같은 명곡들이 도대체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디스토션 걸린 베이스라인이 인상적인 스트레이트한 트랙 [Prenons Le Large], 전자음의 잔향이 속도감을 더하는 [Assez Parle De Moi], 후렴구절의 기타 노이즈가 인상적인 [Buenos Aires], 그리고 우수에 찬 어쿠스틱한 발라드 트랙 [Raté], 갱스부르 표 발라드 넘버 [Mélancolique], [Jaloux De Tout] 등의 곡들 또한 포진되어 있다.

숱하게 사용되는 지독하게 뻔한 표현이다만 한편의 영화 같은 앨범이다. 이 친구는 얼굴은 약간 잘생긴 버전의 베네치오 델 토로(Benicio Del Toro)인데 음반이 끝나면 셀쥬 갱스부르의 잔상을 지우기 어렵다. 한편의 꿈 같은 본 작은 가끔 비참한 여인에 대해 노래하기도 한다.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항상 죽어 나가는 금발 여인들 같은 캐릭터를 자신의 앨범에도 담고싶었다고 한다. 앨범을 듣는 내내 흘러 넘치는 정서는 프랑스 특유의 향기를 분출해내고 있다. 물론 어번한 된장녀 같은 사람들이 매혹 당할 수도 있겠다만, 김성모의 만화를 사랑하는 외로운 사나이들 또한 동조할만한 성질의 것도 품고있다.

몇몇 표현들은 놀라운 생동감을 가지고 있으며 한편으론 우울한 모양새를 적절한 세련미로 포장한 채 완성시켰다.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모던한 매무새가 적절하게 믹스매치 되어있다. 클래식한 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악기군을 통해 보여주는 벤자민 비올레의 세계관은 대체적으로는 쉽게 귀에 들어오지만 가끔씩 소름 끼치는 전율을 선사하기도 한다. 좀만 오버하자면 천재만이 가능한 경지를 보여줄 때도 있다.

점점 천재가 사라져가고 있는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씬의 구원투수가 드디어 완봉승을 거뒀다. 프랑스의 남녀노소 모든 아티스트들이 그와 작업하려 한다. 위 사례에서도 언급했지만 대부분은 벤자민 비올레의 앨범을 들어본 직후 러브콜을 보냈다. 확실히 듣는 이들을 환장하게끔 만드는 마법을 앨범에 담아냈고, 그것은 본 작에 있어서도 유효한 표현이다.

벤자민 비올레의 음반은 프렌치팝 스러운 류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추천할만하다. 프랑스어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샹송 특유의 작법은 본 작에서도 마찬가지다. 안타까운 멜로디가 춤을 추는 스트링 위에 부유하고 있다. 저음의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댄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일말의 고독 또한 머금고 있다. 지금도 충분히 메인 컨텐더이지만 앞으로도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유지한다면 분명 거장이 될 것이다. 현재 활동하는 다프트 펑크(Daft Punk)나 피닉스(Phoenix)와는 별개로 분류되어야 하는 신진 프랑스 아티스트다. 오히려 그는 세르쥬 갱스부르나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의 다음 세대로 카테고라이즈드 되는 모양인데 동시대의 비교대상으로는 얀 띠에르센(Yann Tiersen)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본 작을 듣고있는 우린 이미 거장이 되어버린 젊은 천재의 비범한 도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상철 (파스텔 문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