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ff Beck - Jeff Beck's Guitar Shop (Mid Pr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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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백 이전과 이후 사운드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최적의 요약본이자 청사진
템포는 느긋하지만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사운드로 가득 찬 앨범의 톱 트랙 ‘Guitar Shop’은 이번 앨범을 상징하는 곡이다. 특히 곡의 중간에 들어간 테리 바지오의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내레이션은 세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사운드를 단적으로 요약해준다. 바로 이것이 제프 벡이 그동안 기타리스트 중의 기타리스트라고 인정받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야드버즈 시절에 제프 벡이 만들어낸 기타 사운드의 혁신은 그를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 자리에 오르게 했다. 그 오래 전의 테크닉을 현대에 새롭게 적용시킨 공격적인 사운드, 그리고 신서사이저로 만들어내는 사운드라고 하기에는 놀라운 토니 하이마스와, 엄청난 드럼셋을 갖추고 베이스와 하이햇 사운드를 통해 거대하면서도 잔 소리를 적절하게 배분할 줄 아는 뛰어난 드럼 테크니션 테리 바지오의 협연. 당연히 격렬할 수밖에 없다.
이 공격성은 바로 이어지는 두 번째 곡 ‘Savoy’에서 흥미롭게 변형된다.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Guitar Shop’과 유사하지만 토니 하이마스는 퓨전재즈적인 건반 터치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거기에 더해 라이브 현장의 관객 함성을 슬쩍 끼워넣어 생동감을 더한 것도 ‘Savoy’의 매력이다. 물론 곡의 후반에서 작렬하는 제프 벡의 열정적인 연주는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제프 벡은 어떤 정규 앨범이든 세 번째나 네 번째 트랙은 부드럽고 차분한 곡을 배치하는데, 「Jeff Beck's Guitar Shop」도 예외는 아니다. 세 번째 트랙 ‘Behind The Veil’은 자메이칸 레게를 수용해 그의 음악세계에 월드비트를 포함시킨 곡이다. 토니 하이마스의 묵직한 키보드로 베이스를 대신한 ‘Big Block’은 블루스에 기반을 둔 제프 벡 그룹의 초기 블루스 록에 공격적인 사운드를 더해 제프 벡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고 있으며, 이어지는 ‘Where Were You’는 「Guitar Shop」 발표 이후 참여한 로저 워터스(Roger Waters)의 앨범 「Amused To Death」(1992)에서 제프 벡의 연주를 미리 선사하는 시각적인 곡이다.
앨범 초반의 두 곡처럼 템포는 느긋하지만 사운드는 공격적인 ‘Stand On It’이나 앨범에서 가장 격렬한 헤비메틀 사운드를 담은 ‘Sling Shot’의 현란한 연주는 앨범의 스타일을 요약해주는 트랙이지만, 프린스(Prince)의 ‘Kiss’를 연상케 하는 펑키 사운드를 담은 ‘A Day In The House’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운 곡이다.
이 정도면 「Jeff Beck's Guitar Shop」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프 벡은 지극히 대중적인 사운드로 80년대를 마무리하는 대신 제프 벡 그룹으로 활동했던 초기의 헤비 블루스 록과 70년대의 퓨전, 80년대의 팝에 당시 헤비메틀 기타리스트들과 마찬가지로 격렬한 사운드를 동시에 추구했다. 제프 벡이 당시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헤비메틀 기타리스트들의 앨범 발표에 따른 군웅할거 양상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 앨범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포작하면서도 자신의 것을 결코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앨범은 제프 벡에게 전작에 이어 또다시 그래미상을 안겨줬다. 1985년의 「Flash」로 Best Rock Instrumental performance 부문을 수상했던 그는 「Guitar Shop」으로 같은 부문을 수상해 평단의 찬사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