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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Purple - Singles & E.P. Anthology '68 - '80 (2CD)

하드록의 전설 딥 퍼플. 최고 전성기 68년~80년 사이의 걸작 모음집 [Singles & E.P. Anthology '68 - '80]

Smoke On The Water (2010 디지털 리마스터)를 US 스튜디오 & 라이브 버전으로 수록한 것을 비롯, 싱글의 A-side/B-side 곡 & 희귀 트랙 & 얼터너티브 테이크, 영국 외 미국과 독일, 일본에서 발표한 싱글 수록곡까지... 총 35곡 - 2장의 CD를 1장 가격에!


싱글과 EP 수록곡으로 보는 딥 퍼플 전성기의 불타는 연대기

2010년 현재 딥 퍼플은 MK VIII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알다시피 딥 퍼플의 멤버를 순서대로 기억하는 것은 피곤할 정도로 복잡하다. MK1에서 시작해 현재 MK VIII까지 오는 동안 각 기수별 멤버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면 대단한 딥 퍼플 팬이다. MK VIII의 구성으로 두 장의 정규 앨범이 있다. 2003년의 「Bananas」와 2005년의 「Rapture Of The Deep」이다. 이 앨범 이후 새로운 정규 앨범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투어로 팬들과 만나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이 멤버들의 내한공연이 이뤄진 바 있다. (그리고 곧 또 다시 내한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MK VIII의 멤버는 이언 길런(Ian Gillan. 보컬), 스티브 모스(Steve Morse. 기타), 로저 글로버(Roger Glover. 베이스), 돈 에어리(Don Airey. 키보드), 그리고 이언 페이스(Ian Paice)다.

딥 퍼플의 음악을 들었던 팬들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기수는 밴드의 최전성기인 MK 2 시절일 것이다. 딥 퍼플 2기는 재결성을 주도해 지금까지 밴드를 유지해오는 가교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물론 예외가 있을 건 분명하다. 멤버들 가운데 기량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나름대로 그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아티스트들이기 때문에 딥 퍼플의 멤버 가운데 누구를 좋아하느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딥 퍼플에 얽혀있는 직계/방계 밴드 리스트는 아마 오랜 역사만큼 방대하다. 딥 퍼플의 계보를 확실하게 꿰차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70년대 하드록의 ‘진정한’ 팬인가 아닌가 하는 판단을 세울 수 있을 만큼 밴드의 멤버 리스트는 늘 바뀌었으니까. 따라서 밴드 멤버 가운데 누구를 선호하느냐의 문제는 항상 거론될 수밖에 없었고, 그건 듣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만들어냈다.

이 문제는 바로 딥 퍼플의 명반찾기로 직결된다. 2기를 최고의 라인업이라고 꼽는 경우라면 당연히 「In Rock」(1970), 「Fireball」(1971), 「Machine Head」(1972)로 이어지는 세 장의 앨범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초기 사이키델릭 하드록 사운드를 표방했던 세장의 앨범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클래식과 하드록의 결합으로 감동을 전해주었던 'April'이나 꿈틀거리는 리듬과 원초적인 감성을 간직한 'Shield' 같은 곡을 수록한 「The Book Of Taliesyn」(1968)을 선택하거나 존 로드가 주도권을 잡았던 시절의 마지막 작품이자 오케스트라 협연이라는 기록적인 작품으로 남아있는 「The Royal Philharmonic Orchestra」(1970)을 선택하거나, 오히려 더 나아가 토미 볼린(Tommy Bolin)의 기타가 인상적인 「Come Taste The Band」(1975)를 선택할지도 모른다. 혹 딥 퍼플을 통해 라이브의 진수를 경험한 팬이라면 분명 라이브의 걸작으로 남아있는 「Made In Japan」(1972)를 꼽을 수 있겠다. 사실 워낙 오랜 기간을 활동한 밴드인 어느 앨범이 딥 퍼플 최고 앨범이냐를 따지는 것보다 어느 앨범이 딥 퍼플의 묘미를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를 찾아내는 편이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이렇게 기분 좋게 자신의 최고 앨범과 최고 라인업을 꼽는 동안에도 꾸준히 히트곡을 담은 컴필레이션이 공개되어 딥 퍼플 신화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공개된 딥 퍼플의 컴필레이션들은 대부분 앨범을 중심으로 트랙을 선정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되는 「Singles & E.P. Anthology '68 - '80」는 제목 그대로 싱글과 잘 알려지지 않은 EP의 곡을 선곡해 딥 퍼플의 연대기를 재구성한 흥미로운 컴필레이션이다.

연도를 보면 알겠지만 로드 에반스(Rod Evans)가 보컬을 담당했던 딥 퍼플 MK 1부터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를 대신해 밴드에 합류한 타미 볼린(Tommy Bolin)의 MK 4의 시절까지 고르게 다루고 있다. 이후 딥 퍼플은 1984년에 딥 퍼플 최고의 라인업으로 꼽히는 MK 2 시절의 오리지널 멤버로 재등장해 「Perfect Strangers」를 발표한다. 그러니까 이 컴필레이션이 다루고 있는 범위는 딥 퍼플의 시작부터 재결성 또는 멤버 구조조정을 거친 뒤 다시 등장하기 이전까지 오리지널 딥 퍼플의 시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쯤 해서 딥 퍼플 1기부터 4기까지 멤버 구성을 살펴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간단하게 멤버 이름과 파트만 적어보면 68년부터 80년에 이르는 동안 존 로드와 이언 페이스가 꿋꿋하게 밴드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띌 것이다. 두 사람은 딥 퍼플이 클래시컬 사운드, 사이키델릭, 하드록의 열기를 이어가게 한 중요한 동력이다.

* MK I (1968-1969)
로드 에반스 (Rod Evans. 보컬) /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 기타) / 닉 심퍼(Nick Simper. 베이스) / 존 로드(Jon Lord. 키보드) / 이언 페이스(Ian Paice. 드럼)
* MK II (1969-1973)
이언 길런(Ian Gillan. 보컬) / 리치 블랙모어 / 로저 글로버(Roger Glover. 베이스) / 존 로드 / 이언 페이스
* MK III (1973-1975)
데이빗 커버데일(David Coverdale. 보컬) / 리치 블랙모어 / 글렌 휴즈(Glenn Hughes. 베이스) / 존 로드 / 이언 페이스
* MK IV (1975-1976)
데이빗 커버데일 / 타미 볼린(Tommy Bolin. 기타) / 글렌 휴즈 / 존 로드 / 이언 페이스

기존 컴필레이션이 앨범 위주로 곡이 컴파일되었다는 것과 이번 컴필레이션이 싱글과 EP 수록곡을 중심으로 선곡했다는 크게 차이는 없다. 다만 정규 앨범에 실린 곡의 경우 오리지널 러닝타임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지만 싱글의 경우에는 방송에 맞게 편집해 수록곡의 러닝타임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며, 앨범 수록곡과 싱글 수록곡의 믹싱과 마스터링 역시 차이가 난다. 러닝타임에 관한 단적인 예는 CD1에 실린 'April Pt. 1'을 들 수 있다. 오리지널 앨범 버전이라면 이 곡은 세 조각으로 이어진 12분 3초짜리 대형 곡이어야 한다. 하지만 1969년 7월 29일에 발표한 싱글 'Hallelujah (I Am The Preacher)'의 B사이드로 실린 'April'은 장엄한 오르간과 후반부의 거대한 스케일의 록으로 변하기 이전의 클래시컬한 첫 번째 부분만 담아 러닝타임이 3분 57초밖에 되지 않는다. 더 단적인 예는 딥 퍼플 최고 걸작 「Machine Head」에 실린 'Lazy'를 들 수 있다. 오리지널 앨범 버전이 7분 19분이라는 비교적 긴 러닝타임이지만 싱글로 발표되었을 때는 2분 29초밖에 되지 않는다.

이 컴필레이션 「Singles & E.P. Anthology '68 - '80」가 두 장의 CD에 모두 35곡이나 수록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앨범 버전이 아니라 싱글 버전을 수록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방대한 양을 수록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의 가치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예로 든 'Lazy'의 경우는 1972년 7월에 영국에서 싱글로 발표되었지만, 이 컴필레이션에 실린 'Lazy'는 일본에서 발표한 싱글 B-Side 버전이다. 또 하나 무척이나 흥미를 끄는 트랙은 역시 앞에서 잠깐 이야기했던 'Hallelujah'다. 이 곡은 정규 앨범에는 실리지 않고 싱글로만 발표되었는데, 이 싱글의 제작과정은 무척 흥미롭다. 발표 연대로 보면 딥 퍼플 MK 1 시절의 곡이지만, 앨범에서 노래하는 보컬리스트는 MK 2의 이언 길런이고 베이스도 닉 심퍼가 아니라 로저 글로버다. MK 1의 로드 에반스와 닉이 해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언 길런과 로저 글로버가 밴드에 가입해 비밀리에 녹음한 곡이기 때문이다. 결국 'Hallelujah'는 싱글로 발표되는데, B-side에 실린 'April'은 MK 1의 라인업으로 녹음한 작품이다. 전성기로 진입하는 그 무렵의 멤버 교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흥미로운 싱글이다. 이 컴필레이션에 실린 곡들은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사실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이 컴필레이션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 컴필레이션에 실린 곡들이 모두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실려 있는데, 리마스터링 작업 연도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앨범의 톱 트랙이자 딥 퍼플 최초의 싱글인 'Hush'는 리마스터링 붐을 타고 시작한 딥 퍼플 앨범의 리마스터링이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한 1998년 리마스터링 버전이고, 'Living Wreck'의 경우는 드디어 딥 퍼플도 리마스터링을 거쳐 깨끗한 음질로 감상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1995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다. 'Fireball'은 딥 퍼플의 핵심 명반들이 한꺼번에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소개되었던 2002년에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쳤고, 앨범의 후반부에 실린 'Painted Horse'는 이 컴필레이션을 작업하면서 끝내지 못한 리마스터링을 완결한 2010년 최신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다.

최근 비틀즈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을 접한 음악 팬들은 이 컴필레이션을 보면서 궁금해 할 것 같다. 왜 한꺼번에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해서 일관된 사운드로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리마스터링을 해서 일관적이지 못한 소리를 보여주는 것일까. 물론 맞는 이야기다. 한꺼번에 통일성 있게 작업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방식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사소한 즐거움을 위해 찔끔찔끔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 팬들, 특히 딥 퍼플에 관심을 가진 팬이라면 이런 의문에 수긍할 수도 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밴드나 대부분 그렇지만, 딥 퍼플의 경우 앨범 단위로 보면 무척 일관성 있게 디지털 리마스터링 CD를 선보였다. 우선 「In Rock」(1970)의 발표 25주년에 맞춰 1995년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을 소개하기 시작해서 2000년에 초기의 세 작품을 동시에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공개했고, 2002년에는 「Machine Head」(1972)의 30주년을 기념해 2CD로 제작한 리마스터링 버전을 선보였다. 「Fireball」(1971) 역시 25주년에 맞춰 리마스터링 버전을 공개했다. 이때 얼터너터티브 테이크나 데모 버전, 싱글 등을 함께 리마스터링했다. 그래서 앨범 단위로 보면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갖고 있지만, 싱글과 EP의 수록곡으로만 컴파일한 이 컴필레이션의 경우에는 수록곡들이 제각각 다른 디지털 리마스터링 연도를 갖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0년 리마스터링 버전도 수록되어 있는 건, 앨범 단위로 작업할 때 앨범과 연관이 없었던 곡들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35곡을 수록한 이 앨범 「Singles And E.P. Anthology '68-'80」는 싱글과 EP 수록곡을 통해 딥 퍼플의 연대기를 보여주는 멋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싱글의 A-side와 B-side 곡을 순서대로 싣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말 희귀한 트랙들과 얼터너티브 테이크, 영국 외의 나라인 미국과 독일, 일본에서 발표한 싱글 수록곡까지 담아 당시 딥 퍼플이 누렸던 세계 각국의 열광적인 반응도 함께 볼 수 있다고 하겠다. 게다가 데뷔부터 일단 해산으로 종결된 딥 퍼플의 1기부터 4기까지 라인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다. 비틀즈의 명곡을 멋지게 커버한 딥 퍼플 1기 라인업의 'Help'에서 2기 라인업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발표한 'Speed King'의 키보드는 기타에 못지않은 격렬함을 보여주는 장면 등은 하드록 밴드 딥 퍼플의 명성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싱글과 EP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선곡한 수록곡들 가운데 꽤 많은 수는 그동안 CD 포맷으로는 공개된 적 없는 첫 디지털 음원이라는 점에서도 단순한 편집앨범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예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딥 퍼플의 수많은 편집앨범을 접하는 팬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여기서도 반복될 게 분명하다. 'Smoke On The Water'와 'Highway Star'가 실렸는지 확인하는 일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Highway Star'는 빠져 있다. 'Lazy / When A Blind Man Cries'에 이어 1972년 10월에 싱글 버전이 공개되긴 했지만 공식 싱글에 포함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컴필레이션이 히트곡 모음집이 아니라 싱글과 EP 수록곡으로 딥 퍼플의 연대기를 본다는 의미가 있는 걸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신 'Smoke On The Water'는 싱글 버전과 함께 시리즈로 발표한 라이브 EP 버전으로 두 곡이나 실려 있으니 그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준다. 그리고 싱글 버전이라 곡들이 짧아 아쉬워하겠지만 들을 때마다 전율하게 만드는 명곡 'Child In Time'이 10분이 조금 넘는 원곡에 거의 근접한 러닝타임을 가진 라이브 버전으로 실려 있다는 점도 짧은 러닝타임의 싱글들 사이에서 발견하게 되는 흐뭇한 장면이다.

2010년 4월 한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