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과 함께 천상의 음악을 연주하다! 컨템포러리의 대가 "밥 제임스 2005년 신보" Bob James [Angels Of Shanghai] - 상하이의 천사들
컨테포러리 재즈의 거장 밥 제임스 밥 제임스는 환갑을(1939년 생) 훨씬 넘긴 나이이지만 솔로와 포플레이 활동을 병행하면서 컨템포러리 재즈계의 대부로 우뚝 서 있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중, 고등학교 스쿨 밴드에서 음악에 대한 재능을 길러 오다 미시건 대, 버클리 음대, 미시건 대학원에서 공부해 확실한 기반을 다지게 된다. 이후부터 재즈계의 정통 코스를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히 밟아 나간다. 1962년 노트르담 재즈페스티벌에 나가 우승을 하게 되고 거기서 재즈계 뿐 아니라 미국 대중음악의 미다스 손인 퀸시 존스에게 발탁되어 첫 데뷔작 를 발표하게 된다. 솔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밥 제임스는 이때 보컬리스트 사라 본의 음악 감독직도 4년간 맡게 되는데 대중적인 코드를 무시하지 않는 감각도 이때 길러진 듯하다. 이후 거장들의 세션에 참여하다 1974년 세 번째 앨범 을 발표하는데 이후 CTI 레이블에서 나온 넉 장의 앨범은 밥 제임스가 컨템포러리 퓨전 재즈의 스타로 올라서게 한 앨범이다. 30년이 넘은 지금 들어도 베이스와 드럼의 절제된 연주 속에 깔끔한 피아노 연주는 세월의 흐름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리고 1979년에 시트콤 ‘Taxi’에 삽입된 ‘Angela’가 큰 히트를 기록하면서 그의 이름을 대중들에게까지 확실히 각인시키게 된다. 밥 제임스의 창작열은 더욱 불 타 올라 80년대부터는 얼 크루, 데이빗 샌본 등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피아노, 신디사이저 등 건반 악기의 마술사로 음악성과 대중성 모두를 아우르는 거장이 된다. 이런 그가 90년대 들어서 퓨전 재즈계의 큰 획을 긋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바로 1991년에 포플레이를 결성한 것이다. 리 릿나워, 네이단 이스트, 하비 메이슨과 함께 최강의 밴드를 만들어 컨템포러리 퓨전 재즈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다. 개개인의 역량이 너무나 뛰어나 오래 가지 못하고 단명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타리스트만 래리 칼튼으로 교체 되었을 뿐 현재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밥 제임스는 언제나 새로움에 목말라 하는 부지런한 연주자이기에 컨템포러리 재즈를 메인으로 활동하면서도 정통적인 피아노 트리오와 클래식을 재즈로 연주하는 작업들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활동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앨범이 이다.
상하이에서 천사를 만난 밥 제임스와 잭 리 를 얘기하기에 앞서 기타리스트 잭 리의 도 언급되어야 할 것 같다. 잭 리는 미국에서 활동할 당시 밥 제임스와 세션진이 같았기 때문에 급속하게 친하게 되어 지금도 좋은 파트너로 미국, 한국, 일본을 오가면 연주를 하고 있다. 앨범과 공연에서 보여준 이 둘의 우정은 그동안 우리들이 많이 보아 왔고, 그 최대의 결실이 에 담겨 있다. 에서 잭 리는 기타 연주 뿐 아니라 프로듀싱까지 보고 있기 때문인데 그 감격을 이렇게 말하고 있기도 하다. “나의 음악적 스승이자 동료인 그의 앨범을 내가 프로듀서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가 출시되기 전에 잭 리의 가 먼저 선보였는데 이 두 앨범은 공통점이 상당히 많아 녹음이 이루어지게 된 사연을 소개하면 감상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의 시작은 2년 전인 2003년으로 올라간다. 당시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던 ‘상해국제예술제’에 일본 재즈 프로모터를 통해 초정 받은 두 사람은 예술단 단장으로부터 상하이의 줄리어드라 할 수 있는 ‘상해예술대학 콘서바토리’ 학생들을 소개 받게 된다. 재즈 등 서양 음악을 많이 접해 보지 못한 학생들에게 재즈계 거장들을 소개해 주고 자극을 주려는의도였는데 아이러니컬하게 상하이 방문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다름 아닌 초청을 받은 밥 제임스와 잭 리였다. 서양 악기가 아닌 그들의 전통악기인 얼후, 피파 등을 가지고 무대에 섰기 때문에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연주가 이어질수록 몰입하게 되고 급기야 밥 제임스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학생들의 연주에 넋을 잃고 말았다. 원래는 오디션 정도의 만남이었으나 밥 제임스와 잭 리는 상해예술대학 콘서바토리 학생들과 즉석 잼을 가져 그 감동을 조금이나마 간직하려고 하기까지 했다. 나중에 상하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밥 제임스는 이들과의 첫 만남을 ‘음악 인생 40년 동안 이 순간이 최고였다’라고 할 정도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밥 제임스는 바로 작곡에 들어가 프로젝트를 진행 시켰고, 2004년 초에 하비 메이슨과 상하이에 돌아와 녹음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당시 상하이에 머물고 있었던 잭 리는 를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두 연주자, 두 앨범은 한 형제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대장금의 ‘오나라’와 ‘Angela’를 중국 전통 악기로 연주하다 의 연주자들을 보면 기타에 잭 리를 제외하고는 포플레이 멤버들이 그대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제는 보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베이시스트 네이단 이스트가 본 작에서도 감미로운 노래를(Endless Time) 한곡 하고 있다. (드럼은 하비 메이슨과 루이스 프라가삼이 반반씩 연주하고 있다) 이렇게 레귤러 멤버에 ‘상하이의 천사들’에 ‘천사에’에 해당하는 중국 전통악기 연주자들이 다양하게 참여한다. 얼후(Er-hu) 연주자로는 마 지아 준, 리우 첸, 비파(Pipa) 연주자 리 리, 고쟁(Guzheng) 연주자 자이 테오, 디즈(Dizi) 연주자 하오 쿠이, 루 콩, 그리고 스페셜 게스트로 얼후 연주자 카렌 한이 ‘Butterfly Lovers’에서 솔로를 연주하고 있다. 수록곡들은 밥 제임스가 상하이에서 받은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중국적인 느낌이 녹아져 있다. 작곡과 편곡에서 많은 신경을 썼겠지만 아무래도 중국 전통악기의 협연으로 인해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나 본다. 서양과 동양의 만남을 축하하는 ‘Celebration’을 시작으로 의 막이 오른다. ‘Gulangyu Island’는 해상의 화원이라 불리 우는 아름다운 작은 섬 고랑서(鼓浪嶼)를 연주한 곡으로 전통악기와 허밍이 자욱한 물안개를 불러오는 듯하다. ‘Endless Time’는 앞서 얘기 했듯이 네이단 이스트의 노래가 있는데 얼후 연주와 절묘한 어울림을 보여준다. 그리고 너무나 큰 인기로 인해 중국에 반한 감정까지 불러일으키는 국민 드라마 <대장금>의 ‘오나라’는 아시아 음악이 세계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편곡되고 연주되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연주이다. ‘Dream With Me’는 드럼프로그래밍을 이용한 곡으로 밥 제임스의 퓨전 색체가 진하고, ‘Angel's Theme’는 전통악기가 메인으로 등장하여 ‘Dialogues: The Universal Language’와 함께 가장 중국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밥 제임스의 피아노와 얼후의 듀엣 연주가 서글픈 ‘Melodia: A Quiet Place For Two’는 심금을 울리는 얼후의 정서가 고급스럽게 표현된 곡으로 눈가가 서늘해지는 감동을 준다. ‘Angela With Purple Bamboo’는 밥 제임스의 대표곡 ‘Angela’를 새롭게 연주한 곡으로 의 엔딩 곡으로 더 이상의 선곡은 없을 듯하다.?
앨범이 발매되는 시기인 2005년 말에 밥 제임스의 한국 공연이 있는데 이때 잭 리와 함께 와 의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 초까지 태국, 홍콩,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라고 하니 아시아인들이 즐기는 아시아 재즈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유럽과 미국에서 펼쳐지는 2006년 여름 재즈페스티벌 시즌에서도 이들의 음악이 울려 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