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Quruli (쿠루리) - 言葉にならない, 笑顔をみせてくれよ (말로는 다 할 수 없어, 미소를 보여줘)
|
|
팝과 도전정신 넘치는 록앤롤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진화. 쓰리 피스의 심플한 프로덕션으로 완성된 감성적이고 감동이 넘치는 12곡이 수록.
쿠루리의 아홉 번째 오리지널 뉴 앨범. 말로는 다 할 수 없어, 미소를 보여줘.
빈에서 레코딩한 「Tanz Walzer(왈츠를 추어라)」와 뉴욕에서 레코딩한 전작 「魂のゆくえ(영혼의 행방)」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그들의 고향인 교토에서 서포트 드러머 bobo와 함께 작업하였다. 전작은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던 자신들의 루트 음악을 완전히 정면에서 마주했었다. 신작도 그 연장선 상에 있긴 하지만 이번 앨범에는 사랑하는 록큰롤을 탄생시킨 미국에 대한 체념, 그리고 일본인에게는 도메스틱한 루트가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 이 두 마음이 넘치고 있다. 'さよならアメリカ(사요나라 아메리카)'의 다음 곡으로 선창하는 듯한 리듬을 채용한 '東京レレレのレ(도쿄 레레레의 레)가 계속되는 것은 돌아갈 곳 없는 일본의 록의 본질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사상 처음으로 잡지 사이즈 CD로서 서점 유통되며 화제를 모은 쿠루리와 마츠토야 유미(유민)의 「シャツを洗えば(셔츠를 빨면」, 커플링 베스트 앨범에도 수록된 「東京レレレのレ(도쿄 레레레의 레)」, 선행 싱글 「魔法のじゅうたん(마법의 융단)」를 포함하여 쓰리피스의 심플한 프로덕션으로 완성된 감성적이고 감동이 넘치는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2010년 8월 SNOOZER 폅집장 - 다나카 소이치로(田中宗一郎Translated by 김윤하
우선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봅시다. 앨범 [왈츠를 추어라(ワルツを踊れ)](2007)은 역시 좋든 싫든 ‘이상적인 나라의 사운드트랙’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직도 [왈츠를 추어라]가 쿠루리의 최고걸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한결 같은 혼란스러움의 극치에 놓인 미래에 대한 불안 안에서만 살고 있는 현재 일본사회의 현실과는 조금 괴리가 있었는지도요. 또 이 작품을 발표하면서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전부 사용해버린 밴드의 송 라이터 키시다 시게루(岸田繁)는 그 후 한동안 완전히 탈피(脫皮)한 허물처럼 되어 버리고 맙니다. 실제 당치 않게도 뮤지션으로서의 은퇴마저 생각하며 취직활동에 손을 뻗기도 했다는 등 평범한 사람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행동까지 했을 정도라고 하니까요.
당시 그는 뮤지션으로서 뿐만 아니라 분명 개인적으로도, 꽤나 피폐해져 있었을 겁니다. 이후 [왈츠를 추어라]의 방향성을 부분적으로 이어받은, 쿠루리판 챔버 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실내악 클래식적인 분위기의 [사요나라 Regret(さよならRegret)], [바구니 안의 조니(かごの中のジョニ?)], [교토 대학생(京都の大?生)]이라는 세 곡의 걸작을 만들어 내면서도, 그들은 그 음악적 방향성을 그대로 살려 앨범을 만드는 것을 방기(放棄)해버리고 맙니다. 이것은 필자와 같은 팬으로서는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왈츠를 추어라]에 이어 지난해 발매된 앨범 [영혼의 행방(魂のゆくえ)](2009)은, 키시다 시게루의 불안정했던 당시 상황을 반영한 듯, 그들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적나라하고 가장 내성적인 앨범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즈음부터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키시다 시게루 안에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커다란 변화가 일어납니다.
단적으로 말해 일찍이 90년대 전반 일본의 풍요로운 음악문화를 배경으로 순음악적(純音樂的)인 실험을 구가한 「98년 세대」의 대표격이기도 했던 그들은 그때까지처럼 「새로운 음악 스타일이 우리를 새롭게 한다」는 도식으로는 음악을 만들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물론 이것은 모든 음악이 인터넷 상에서 아카이브화(化) 되어 평준화되면서 역사성마저 불확실해져 버린 현재로서는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와는 별개로 이것은 키시다 시게루라고 하는 송 라이터의 내적 필연과 얽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이후의 키시다 시게루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이 쓸모 없어져 버린 현대에 있어서 굳이 자신들이 뮤지션으로서 표현해야만 하는 필연(必然)이라는 것이 있는가? 예를 들어 그 필연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무엇을 노래해야만 하는가?」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음악성에 의해 표현되어야만 하는가?」 - 이런 귀찮은 질문들을 너무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떠맡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가사를 쓰는 방법이라는 포인트부터 이 앨범을 포함한 최근의 세 작품을 비교해봅시다. 그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음악을 거의 완성한 후, 그에 어울리는 노랫말을 찾고 있었던 것이 [왈츠를 추어라]. 스스로의 감정이 흐르는 대로 내면의 말과 소리 그대로를 형태로 만든 것이 [영혼의 행방]. 그리고 「지금, 무엇을 표현해야만 하는가?」를 고통스레 고민하며 동시에 그것에 어울리는 필연적인 노랫말과 사운드를 더듬거리며 찾고 있는 것이 본 작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컨대 「표현해야만 하는 무언가」가 명확하지 않는 한 구체적인 송 라이팅을 단행할 수 없다는, 무척이나 성가신 상황에 놓인 채로 모든 것이 병행되어 진행된 것이 이 [말로는 다 할 수 없어, 미소를 보여줘]입니다.
실은 작년(2009) 겨울 무렵, 쿠루리는 원래대로라면 본 작이 될 수도 있었던 두 가지 정도의 앨범 아이디어를 버립니다. 하나는 [셔츠를 빨면]의 윈 윈 콜라보레이션을 달성한 유민(松任谷由?)의 프로듀스로 앨범을 만든다는 것. 다른 하나는 역시 다른 프로듀서를 맞이한 앨범 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 - 특히 이즈음 키시다 시게루의 몸과 마음 모두가 무척 지쳐 있던 탓에 이 두 가지의 아이디어는 공중분해 되고 맙니다. 다만 두 아이디어의 공통점은 「팝 차트를 대담하게 침공하는 것을 하나의 목적으로 한, 화려하고 아름다운 팝 앨범을 만든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두 가지 프로젝트가 실현되지 못한 것은, 쿠루리 두 사람이 그 방향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 1월, 모든 계획을 완전히 백지로 돌린 키시다 시게루와 사토 마사시(佐藤征史) 두 사람은 서포트 드러머 bobo군을 데리고 교토의 무척 소박하고 아담한 스튜디오로 향합니다. 본 작의 프리-프로덕션이 이뤄진 교토의 ‘SIMPO 스튜디오’ - 쿠루리 두 사람의 학창시절 친구이기도 한 ‘마마 스튜디오’의 고이즈미 다이스케(小泉大輔)가 이제 막 시작한 레코딩 스튜디오였습니다. 고이즈미군에 의하면 시작은 작년 가을, 기타를 둘러멘 키시다 시게루가 스튜디오에 난데없이 나타나면서 부터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본 작에도 수록되어 있는 [FIRE]와 [개와 베이비(犬とベイビ?)] 두 곡을 거의 혼자 데모 녹음 했다고 하네요. 사실 이 두 곡은 유민과 함께 앨범을 만들고자 했던 시기의 곡이기도 했습니다. 키시다 시게루가 「무엇을 노래해야 하는가?」를 모색하고 있던 바로 그 와중의 노래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 오랜 친구와의 작업이 진정한 의미로 본 작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올 초 수 주 간에 걸친 프리-프로덕션 시점에서 앨범 수록곡 후보에 올랐던 건 15,6곡. 「화려하고 아름다운 팝 앨범」을 상정하고 있던 시기의 몇 곡은 이미 그 즈음부터 떨어져 나간 상태였습니다. 이즈음의 예비곡 중 두드러지게 눈에 띈 것은, 동양적인 멜로디와 리듬을 가진 두 곡 - [온천(?泉)]과 [서쪽으로 동쪽으로(西へ東へ)]였습니다. 다만 전체적인 음악적 방향성이 다방면에 걸쳐있었던 탓에 노랫말의 모티브나 테마에 무언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 뾰족한 핀트를 잡아내기는 어려웠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누구라도 본 작의 주요 화제 중 하나라고 느낄 법한 [사요나라 아메리카(さよならアメリカ)]도 지금과는 다른 또 다른 노랫말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그런 식으로 아직까지도 앨범 전체의 귀착점에 대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키시다 시게루에게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는데요. 그것은 앨범 전체의 테마를 포괄하는 짧은 프롤로그 트랙을 앨범의 첫머리에 넣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스튜디오 안에서 단 몇 십 분 사이 짧은 노래 두 곡과 노랫말 두 개를 씁니다. 그 중 하나는 [무제(無題)]라는 제목으로 본 작의 첫 곡으로 수록되었고, 다른 하나는 좀 더 갈고 닦아 [눈알 아버지(目玉おやじ)]로 발전합니다. 이즈음부터 키시다 시게루 안에서 차츰 앨범의 전모(全貌)가 형태를 잡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탓인지 스태프 몇몇이 「이거야! 이게 바로 쿠루리 사운드의 왕도(王道)지!」라며 뛸 듯이 반기던 [그 선은 수평선(りその線は水平線)]은 결국 앨범 수록곡에서 빠지게 되기도 합니다.
이후 bobo군을 포함한 세 멤버는 도쿄의 스튜디오로 이동해 본격적인 레코딩 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또 한 번 앨범 전체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작은 사건이 벌어집니다. 교토에서는 그저 흘려 보냈던 [서쪽으로 동쪽으로]에 제대로 된 노랫말이 붙게 되면서 그것으로 확신을 얻게 된 키시다 시게루가 본 작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곡으로 급히 녹음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그 곡은 [도쿄 레레레의 레(東京レレレのレ)]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됩니다.
이 곡에 대해 키시다 시게루가 얼마나 자신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레코딩 직후 이 곡을 들려주는 것만을 목적으로 키시다 시게루 명의의 마이스페이스(MySpace) 페이지를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도쿄 레레레의 레]는, 그들의 커리어를 포괄하는 싱글 B면 수록집 [내가 살던 거리(僕の住んでいた街)](2010)의 첫 곡으로 이 앨범 이전에 발매되게 됩니다. 이 앨범이 쿠루리 사상 첫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한 건 아마 여러분도 다들 알고 계시겠죠.
아무튼 이 곡이 완성되면서 이 앨범을 구성하는 퍼즐조각은 모두 모이게 됩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번거로운 작업이 남아 있었습니다. 곡의 순서와 타이틀이었죠. 싱글이면서 간소한 편곡이라는 공통점만 빼면 음악적으로 무척이나 다양한 12곡의 노래가 모인 앨범이니만큼 그 작업이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고 혼을 불어넣는 일이 되리라는 것은 누가 봐도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처음 사토 마사시가 제안한 곡 순에서는, 마지막 곡이 경쾌한 록커빌리풍의 록큰롤 [돌, 구르고 있으면 좋잖아(石、?がっといたらええやん)]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키시다 시게루가 무엇보다 고집하고 있던 것 중 하나는 「이 앨범은 누가 뭐래도 [보리차(?茶)]로 끝내고 싶다」였습니다. 요컨대 이건, 그의 마음속에 모든 퍼즐 조각이 모인 그 순간 이미 앨범의 핵심에 위치할 곡이 완전히 명확해져 있었다는 겁니다.
또 사실 이 앨범은 [SIMPO]라는 제목이 타이틀로 결정되어, 일부에서는 발매까지 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 타이틀은 실질적으로 이 앨범이 시작된 ‘마마 스튜디오’의 고이즈미 다이스케 소유의 교토에 위치한 레코딩 스튜디오의 이름과, 「진보(進步)」라는 말의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었음이 틀림없습니다. 또 그와는 별개로 [쇼와(昭和), 헤이세이(平成), 레레레의 레]라는 타이틀도 고려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키시다 시게루 안에서 어떤 시기까지는 이 앨범이 직설적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제시하는 앨범이라는 이미지가 남아 있었다는 거죠.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이 앨범은 지금의 타이틀을 갖게 됩니다.
물론 직설적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표현하거나 사회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는 것도 팝 음악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또 우리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움직임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경우 쉽게 감정적으로 좌우되고 말죠. 따라서 그곳으로부터 도망칠 곳을 제공하는 것도 팝 음악의 단골 역할입니다. 하지만 키시다 시게루는 「이번에는 그런 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앨범이 될지는 모르지만 절대로 긍정적인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듣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다. 슬픈 스토리에 기뻐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싶지 않다」, 「나의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을 미지근한 물에 억지로 끌어들이는 듯한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죠. 현재 항간에 넘쳐나고 있는 관념적인 불안이나 우울에 천착한 팝송들이 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원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고약하게 얘기하자면 그런 노래들은 듣는 이들의 불안이냐 연약함을 찾아내 얄팍하게 이용하는 작업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음악을 매개로 한 뮤지션과 리스너의 관계는 어딘지 병적인 의존을 초래해서 과장되게 말하자면 리스너들을 불안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원인인 사회적인 억압을 오히려 조장하게 만드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따라서 쿠루리는 이번 앨범에서 리스너들의 고뇌나 슬픔에 기인한 일시적인 다정함을 철저히 배척하면서 오히려 듣는 이들을 조금 매정하게 내버려두고 싶어 했습니다. 한마디로 「미소를 보여달라」고요.
어쨌든 앨범이 완성되고 타이틀이 결정되기까지, 키시다 시게루는 이 앨범을 설명할 때 자연, 에코(Eco), 혹은 영적(spiritual)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해도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에 대해 필자 나름의 해석을 붙여보자면, 이 앨범은 「사회의 조금 바깥쪽에 위치한 곳」 - 요컨대 언어로 표현하기 이전의 장소에 존재하는 거친 생명력이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알몸이 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얽매여 있는 것들을 잊을 수 있는 간절히 샘솟는 온천에서의 경험을 노래하고 있는 [온천]. 만원전철 한가운데에서 깜빡 잊고 마는, 만개(滿開)한 벚꽃의 계절에 놓인 예전 그대로의 도쿄 풍경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도쿄 레레레의 레]. 한여름의 자연을 만나는 일과 그 체험이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놀라움이 넘치는 일인지에 대해 노래하는 [보리차]. 나이 든 아버지를 노래한 [눈알 아버지] 또한 사람은 사회적인 역할을 끝낸 뒤에도 여전히 고귀하고 강한 존재라는 것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쿠루리 두 사람은 이런 노래들에 의해 우리가 사는 사회의 바깥쪽에 아주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놀라움 넘치는 생명력과 기쁨의 순간이 펼쳐져 있다는 것 혹은 우리 각자에게 웃는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여러 사회적 압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넘쳐흐르는 힘이 원래부터 갖춰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이 앨범 [말로는 다할 수 없어, 미소를 보여줘]를 쿠루리에게 만들게 한 건 우리들 하나하나가 내면에 간직하고 있던 거친 생명력에 대한 신뢰이고, 이 앨범은 그런 생명에 대한 찬가이며 그것을 충분히 느끼기 위한 심플한 삶으로의 권유입니다. 요컨대 [왈츠를 추어라]가 「이곳에는 없는 멋진 이상(理想)」을 빚어낸 작품이라면 [말로는 다할 수 없어, 미소를 보여줘]는 누구나 놓치며 살고 있지만 「틀림없이 이곳에 있는 멋진 현실」을 건져 올린 작품이라는 거죠.
아니, 이런 격식 차린 말투는 심각한 분위기를 가능한 피해 의식적으로 느긋하고 한가로운 표정을 떠올리려고 하는 이 앨범에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꼭 다시 한 번 [온천]을 들어 주세요. 이 곡은 그야말로 온천에 한가롭게 푹 잠겨 있을 때처럼 무사태평한 톤이면서도 사실은 무척 하드코어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곡의 주인공은 분명 지치고 메말라 있을 우리를 향해 「나도 알아」라고도, 「힘내」라고도, 「괜찮아」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팝송이 자주 빠져드는 「사랑의 힘」이나 「믿음」같은 것들은 부러 필요 없는 것으로 슬쩍 지적하면서 유유자적 중얼대듯 이렇게 노래합니다. 「거봐, 예쁘잖아」. 이 자애로움에 가득 찬 눈부신 순간은 틀림없이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요컨대 이 노래는 너 자신이 본디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강함을 깨달으렴, 자 이제 마지막으로 미소를 보여줘 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탕에 들어가/ 모두 함께/ 앞을 향해 해 뜨는 걸 바라본다면/ 아~/ 오늘은 좋은 날이야 (風呂の入って/ みんなと一?に/ 前向いて日の出を眺めれば/ あ~/ 今日はいい日だな)」 - 모두 자신에게만 충실한 탓에 새 정권의 지지율이 금세 급락해버리곤 하는 이 나라의 팍팍한 분위기에 맞서 이토록 유유자적한 표정으로 그러나 정면으로 반항하는 팝송이 과연 여기 아닌 어디에 있을까요.
이 앨범 [말로는 다할 수 없어, 미소를 보여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숨 막히는 한여름 오후, 차가운 보리차 한 잔을 들이킨 뒤 산책 나가는 것을 묘사하며 노래한 - 그야말로 청량함만을 담은 불가사의한 곡 [보리차]입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와 여운을 따라 막을 내립니다. 「자아/ 나와 보렴/ 작은 생명아/ 나와 보렴(さぁ/ 出ておいで/ 小さい生命よ/ 出ておいで)」. 이 앨범은 바로 우리들 눈앞에 펼쳐져 있는 놀라움 가득 찬 미래에 대한 앨범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