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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y - Destroyed

중독될만큼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는 모비 스타일 일렉트로 팝의 결정체!!!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느낀 '새벽 두시'의 이미지를 표현한 2011년 새 앨범 [Destroyed].

새벽 두 시의 서정, 혼란, 우울, 명상, 그루브 등 가볍게 떠다니는 작은 소리와 복잡하게 엉킨 상상 속 이미지를 공간감적인 비트와 멜로디에 담아 한밤의 영혼을 노래하고 있다.

'새벽 두시, 불면의 밤에 울려퍼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첫 싱글 ‘The Day’ 는 아날로그 장비를 사용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주도하는 수려한 멜로디, 후반부에서 장엄할 정도로 터져나오는 클래시컬한 분위기, 무엇보다 지난 앨범에서 오마주를 바쳤던 (브라이언 이노와 함께 했던) 데이빗 보위의 보컬 스타일을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보코더를 이용한 독특한 공간감을 만들어낸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아날로그 일렉트로닉 성향의 ‘Blue Moon’과 우크라이나의 도시 이름을 딴 클럽 비트로 가득 차 있지만 무척 우울한 서정의 ‘Sevastopol’도 필청 트랙이며,‘이 세상의 눈물’이라는 뜻을 담은 라틴 잠언 ‘Lacrimae Rerum’에서 제목을 따온 ‘Lacrimae’ 는 점층적으로 감정의 상승을 유도하는 완벽한 기승전결 구조를 갖춘 비장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담아, 잠 못 이루는 새벽 두시의 우울한 배경음악이 되고 있다. 새벽 두 시라는 주제에 가장 적합한 곡은 ‘Stella Maris’로 12세기 고음악과 그레고리안 성가에도 관심이 많은 모비의 음악적 관심사를 표현한 곡이다. 어느 한 곡 모자람없이 완벽한 총 15곡 수록.


새벽 두 시의 영혼은 얼마나 우울할까. 무언가 부서져버렸을까. 그 해답을 알려주는 일렉트로 팝의 결정체 Moby [Destroyed]

모비가 유난히 분주해보인다. 자신의 레이블 리틀 이디엇(Little Idiot)을 만든 이후에 말이다. 리틀 이디엇에서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을 발표할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레이블을 설립하고 앨범을 발표한다는 건 누군가에게 통제받지 않은 상태에서 음악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걸 모르는 음악팬은 없다. 그래서일까. 모비는 2009년에 발표한 아홉 번째 스튜디오 앨범 「Wait For Me」는 Idiot001이라는 일련번호를 단 리틀 이디엇의 첫 발매 앨범으로 공개했다. 2008년에 발표한 일곱 번째 앨범 「Last Night」 이후 1년만에 공개하는 새 앨범이었다. 「Wait For Me」 이전까지 모비의 앨범 발표 패턴은 마치 잘 짜놓은 스케줄대로 움직이듯 3년에 한 장씩이었다. 그런데 1년만에 새 앨범이라니, 게다가 솟아오르는 아이디어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 다각도에서 창조성을 발휘했으니, 더욱 분주해보였다. 특히 데이빗 린치(David Lynch)를 초대해 ‘Shot In The Back Of The Head’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면서 영상에 많은 신경을 써서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곧이어 발표한 ‘Pale Horses’ 역시 「Wait For Me」를 위한 두 번째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로 관심을 끌었다.

물론, 모비가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하고 제약받지 않는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해서 기존 작업과 다른 엄청난 걸 만들어내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생각해보면, 그가 새로운 앨범을 발표한다고 해서 이번에는 어떤 음악 실험을 했을까 두근두근 기대하게 만들거나, 감당할 수 없는 소리가 흘러넘쳐 듣는이를 난감하게 한 적이 없다. 모비가 발표한 앨범들은 각각 주제가 있고 소재가 있고, 그리고 당시 영향 받은 음악에 맞게 과거와 현재를 조율하고, 악기를 사용하는 패턴도 다르다. 모비는 언제나 일렉트로니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인디 록 밴드의 록 사운드를 결합시키거나 오케스트레이션을 깔거나, 아니면 오래된 일렉트로닉 장비로 80년대 음악 취향을 드러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취해왔다. 모비가 새 앨범을 발표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이번에도 모비의 음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일정한 수준의 즐거움을 기대하는 되는 것이다. 그건 모비가 연속으로 UK 앨범 차트 넘버원을 기록하며 비평과 상업 양 측면에서 성공을 거뒀던 「Play」(1999)와 「18」(2002) 이후 항상 그래왔다. 음악적으로 엄청난 변신을 꾀하는 대신, 모비가 선택한 건 다양한 각도에서 음악을 뒷받침하는 여러 미디어를 이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분주해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다. 특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번 앨범 「Destroyed」(2011)에서도 지난 앨범과 마찬가지로, 모비는 뮤직 비디오에 무척 공을 들였다. 첫 싱글이자 첫 뮤직비디오 ‘The Day’에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 헤더 그레이엄(Heather Graham)이 출연해 불면증과 편집증이 교차하는 듯한 한밤의 상상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이 뮤직 비디오는 연작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위한 모비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앨범과 같은 제목을 단 128페이지짜리 사진집이다. 모두 55장의 사진을 담을 예정인 이 책에는 앨범 커버와 싱글 커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비의 사진을 담고 있다.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찍은 그의 사진들은 이번 앨범의 강렬한 타이틀과 어울리며 묘하게 상상력을 자극한다.

「Destroyed」라는 앨범 타이틀은 꽤 자극적이다. 제목만으로 앨범의 내용을 유추했을 때 90년대 중반에 그가 선보였던 격렬한 사운드로 되돌아간 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이번 앨범은 상업적/비평적인 면에서 정점에 올랐던 「18」 이후 작업했던 결과물을 종합해 그가 2000년대에 선보였던 사운드 스펙트럼을 집약하고 있다. 파괴적인 사운드는, 없다.

그런데 그는 왜 이런 타이틀을 붙였을까. 앨범 커버를 다시 한번 보자. 모비가 직접 찍은 이 사진은 스페인 과르디아 공항의 일부다. 3년 전쯤 토론토로 떠나야 하는데 과르디아 공항에서 발이 묶인 모비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돌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잠깐, 전광판에 스쳐 지나간 단어가 “destroyed.”였다. 사실, 그 단어의 출처를 알고 나면 허탈하다. “Unattended Luggage Will Be Destroyed.” 수화물은 단단히 묶어달라는 당부의 말이다. 전광판은 Unattended / Luggage / Will Be / Destroyed로 단어를 끊어 안내문을 내보내고 있었는데, 마침 그의 눈에 들어온 단어가 destroyed였던 게다. 그 단어가 다시 나타나길 5분 정도 기다린 뒤에 찍은 사진이 바로 앨범 커버로 사용한 모비의 사진이었고, 뭔가 자극적인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앨범 타이틀이 되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흥미를 끈다. 마치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올 법한 휘어진 복도, 그리고 종말이 왔음을 알리는 듯한 destroyed, 그와 대조되는 이미 필요없어져버린 exit 표시등. 물론 그의 설명은 조금 더 복잡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모비가 이 장면을 포착한 순간, 이미 새 앨범 타이틀과 자신의 사진집 제목으로 가장 적합했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Destroyed」 속에서 모비가 표현하고 싶었던 ‘파괴된 듯한’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잠깐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번 앨범이 예상 밖의 사운드를 담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존 작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사운드를 일렉트로닉 장비를 통해 만들어내고 있으며, 뛰어난 감각을 발휘한 샘플링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곡 도입부에서 유난히 보코더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앨범의 톱 트랙 ‘The Broken Places’를 비롯해 바로 이어지는 두 번째 트랙 ‘Be The One’, ‘After’, ‘Blue Moon’ 등은 효과적으로 보코더를 사용한 트랙들이다. 이 점에 대해 모비는 자신이 뛰어난 보컬리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보코더를 사용했다고 말하긴 했지만, 뭔가 현실적이지 않은 분위기의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그의 치밀한 소리의 배치인 듯하다. 그리고 최근 모비가 오래된 비트박스들로 만들어내는 소리에 집착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듯, 앨범 전체에 오래된, 그렇지만 무척이나 매력적인 과거의 소리들이 현재에 재현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큰 차이다.

그는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앨범의 주제를 더욱 명확하게 세워놓았다. 「Hotel」(2005)의 경우 거창하면서도 빈틈이 없는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집착을 정확하게 반영한 ‘Lift Me Up’이나 ‘Very’ 등을 통해 소리의 욕망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내 이런 소리에 싫증이 난 그는 「Last Night」(2008)에서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도시의 밤에서 시작해 아침을 맞이하는 동안 경험한 시간을 경쾌하고 따뜻한 소리로 표현한 컨셉트 앨범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레이블 리틀 이디엇을 통해 발표한 최근 앨범 「Wait For Me」에서 완벽하지만 오히려 그 완벽함 때문에 지치게 만드는 최신 소리를 지양하고 오래된 느낌을 적절하게 앨범에 담아내면서 곡마다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에 더해 체임버 록을 듣는 듯한 클래시컬한 깊이를 부여했다. 물론 모비가 앨범마다 완전히 다른 소리를 지향한 건 아니다. 그는 어렵지 않게,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과거의 소리를 담아냈다. 늘 앨범의 한 쪽에는 앰비언트 사운드를 담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대중성을 지향한 듯 부담스럽지 않은 멜로디를 담아냈다. 이번 앨범 「Destroyed」의 소리와 공간 속에는 모비가 그동안 여러 앨범에서 시도했던 음악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어쩌면 그는 이번 앨범을 2000년대 중반부터 시도했던 자신의 음악 실험, 즉 대중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매니아 성향의 앰비언트을 조합하려는 시도를 한 건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결론을 가능하게 하는 곡은 앨범의 첫 싱글 ‘The Day’다. 스페인의 한 호텔에서 작업했다는 ‘The Day’는 아날로그 장비를 사용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주도하는 수려한 멜로디, 그리고 후반부에서 장엄할 정도로 터져나오는 클래시컬한 분위기, 무엇보다 지난 앨범에서 오마주를 바쳤던 (브라이언 이노와 함께 했던) 데이빗 보위의 보컬 스타일을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보코더를 이용한 독특한 공간감을 만들어낸 것도 빼놓을 수 없다. ‘The Day’는 ‘새벽 두시, 불면의 밤에 울려퍼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통해 자신의 일렉트로닉 팝을 정점에 올려놓았다. 단번에 중독될만큼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는 모비 스타일 일렉트로 팝의 결정체다. 모비가 이번 앨범을 프로듀스하면서 엔지니어로 데이빗 보위를 비롯해 퀸(Queen), 시규어 로스(Sigur Ros), M83 등과 작업한 켄 토머스(Ken Thomas)를 영입한 건 그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일부분이다.

모비의 아날로그 일렉트로닉 도취 성향은 또다른 싱글로 커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Blue Moon’이다. ‘The Day’와 거의 흡사한 흐름과 사운드와 보컬을 담고 있지만, 아날로그의 감성은 그 어떤 곡보다 강하다. 자신이 어린 시절 즐겨들었던 7, 80년대 뉴웨이브나 신스팝/뉴로맨틱스를 사랑하는 모비는 뮤트 레코드의 다니엘 밀러(Daniel Miller)와 함께 이 곡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영향받았던 80년대 초반의 헤븐 17(Heaven 17)이나 울트라복스(Ultravox), 초기 심플 마인드(Simple Minds) 등의 모습을 이 곡에 담았다. 물론 보컬에서는 데이빗 보위의 영향을 여전히 드러낸다. ‘Blue Moon’은 ‘The Day’와 더불어 이번 앨범에서 모비가 노래한 곡의 전부다.

모비가 이번 앨범에서 그동안 자신이 돌아다녔던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느낀 새벽 두시의 이미지를 표현하려 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곡은 ‘Sevastopol’이다. 우크라이나의 도시 이름을 딴 이 곡은 표면적으로는 클럽 비트로 가득 차 있지만 무척 우울한 서정을 동시에 담고 있다. 게다가 무척 불규칙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들이 조화를 이루는 듯하지만 틈틈이 불협화음이 만들어지는 난해한 클럽 비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는 정말 우울했던 걸까. 바로 이어지는 ‘The Low Hum’ 역시 ‘Sevastopol’의 구조와 정서를 빼닮았다. 앨범의 후반부에 배치한 ‘The Violent Bear It Away’도 그렇고, ‘이 세상의 눈물’이라는 뜻을 담은 라틴 잠언 ‘Lacrimae Rerum’에서 제목을 따온 ‘Lacrimae’도 그렇다. 특히 ‘Lacrimae’는 점층적으로 감정의 상승을 유도하는 완벽한 기승전결 구조를 갖춘 비장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담아, 잠 못 이루는 새벽 두시의 우울한 배경음악이 되고 있다.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이지만, 새벽 두 시라는 주제에 가장 적합한 곡은 ‘Stella Maris’이다. 왠 성가를 집어넣었을까 생각하게 만들지만, 이는 12세기 고음악과 그레고리안 성가에도 관심이 많은 모비의 음악적 관심사를 표현한 곡이다. 모비는 그 시대 영향을 받은 아카펠라 곡을 여럿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 곡 역시 그중 하나다.

정리해보면, 모비의 새 앨범 「Destroyed」는 그가 발표한 그 어떤 음악보다 선명한 일관성을 갖추고 있다. 새벽 두 시의 서정, 혼란, 우울, 명상, 그루브, 방향은 아주 조금 다르지만 「Hotel」에서 시작해 「Last Night」, 「Wait For Me」로 이어지는 일련의 앨범에서 시도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Destroyed」는 모비가 2000년대에 만들어냈던 다양한 주제와 소재와 사운드를 종합한, 모비식 일렉트로니카의 완결판이다. 그는 이 앨범을 통해 거의 10년 동안 만들어냈던 밤의 이미지를 압축해냈다. 혼란스러운 요약본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을 갖춰 깔끔하게 완결된 보고서처럼. 「Destroyed」는, 가볍게 떠다니는 작은 소리와 복잡하게 엉킨 상상 속 이미지를 공간감적인 비트와 멜로디에 담아 한밤의 영혼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Destroyed」는 2000년대를 정리하며 2010년대를 시작하는, 우울한 도취를 담은 모비의 새로운 디케이드인 셈이다. 아무 것도 파괴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2011년 5월. 한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