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Lady of Crunk & B’
2005년 팝 음악계를 책임질 신인 여성 가수 시아라(Ciara)의 데뷔 앨범 [Goodies]
2000년대 들어 거세게 불고 있는 R&B/힙 합 음악의 열풍은 좀처럼 그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가까운 예인 [빌보드] 팝 싱글 차트만 살펴 보아도, 작년부터 현재까지 차트 정상에 오른 곡이 대부분 R&B/힙 합 아티스트들의 곡들이니 말이다. 이전부터 흑인 음악 시장은 팝 계에서 상당 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는 있었지만, 미국이나 영국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어셔(Usher), 아웃캐스트(Outkast), 알리샤 키스(Alicia Keys) 등의 아티스트들은 피부색과 국경을 뛰어 넘는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몇 년 전 만 해도 다소 취약했던 앨범 판매고 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에서만 봐도 홍대 일대에 위치한 클럽들을 통해 여러 R&B/힙 합 아티스트의 히트 곡들을 상시 들을 수 있을 정도니, 이제 R&B/힙 합 음악은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있어 마치 ‘최첨단 유행’과도 같은 위치에 올라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러한 R&B/힙 합 음악 계의 인기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뭐니뭐니해도 팝 음악계의 최신 ‘대세’로 떠오른 새로운 하나의 음악 장르에 기인한다. 이는 바로 어셔의 빅 히트 싱글 ‘Yeah!’를 선사해 준 프로듀서 겸 래퍼 릴 존(Lil’ Jon)이 만든 ‘Crunk & B’라는 장르로서,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신디 사이저 비트로 창출해 낸 신나는 ‘릴 존’ 표 파티 힙 합/댄스 넘버들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어셔를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 ‘Crunk & B’ 넘버들의 인기는 그 뒤를 이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피테이 파블로(Petey Pablo)의 ‘Freek-A-Leek’로 이어지더니, 9월 중순부터 무려 7주 간 [빌보드] 팝 싱글 차트 1위를 지킨 바 있는 ‘Goodies’의 주인공인 열 여덟 살의 신인 여 가수 시아라 (본명 Ciara Harris)를 통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사실 시아라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어셔 이후 가장 오랫동안 싱글 차트 1위 자리에 머무른 것으로 인해 먼저 주목을 받긴 했지만, 미국의 언론 및 대중들은 그녀에게 ‘The First Lady of Crunk & B’라는 찬사를 안기며 ‘2005년 팝 음악계를 책임질 가수’ 중의 하나로 그녀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그도 그럴 법 한 것이, 나이답지 않은 섬세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보이스 컬러, 최고의 춤 실력과 작곡 및 작사 능력을 갖춘 근래 보기 드문 재원이 바로 시아라이기 때문이다.
텍사스 주 오스틴 출신으로 군인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둔 시아라는, 10대 초반이 되어 아틀랜타(ATL)에 완전히 정착하게 될 때 까지만 해도 모델이 되길 간절히 희망했다고 한다. 물론 틈만 나면 자신의 우상인 마이클 잭슨과 자넷 잭슨의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고교 시절엔 교내 육상 선수로 그리고 치어리더로 활약 하는 등 다방면으로 재주가 많은 아이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열 네 살 무렵 TV에서 본 데스티스 차일드(Destiny’s Child)의 환상적인 무대를 보고 난 뒤, 그녀는 그저 가슴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던 가수의 꿈이 점점 더 커져 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패티 라벨과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을 선생님 삼아 가창 연습을 하고 직접 노래까지 써 보는 등의 피나는 훈련에 돌입하기에 이른다. 많은 이들이 그녀가 마치 순식간에 스타가 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지금 거두고 있는 성공에는 이렇듯 길고 긴 노력의 시간이 존재했음이 명백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편 열 다섯 살 무렵부터 다른 취미 활동을 모두 접고 가수 데뷔를 타진하기 시작한 시아라는, 그로부터 얼마 후 한 기획 사를 통해걸그룹의 일원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이 소녀가 작곡이나 작사에 소질이 있음을 간파한 소속 사에서는, 본격적인 앨범 작업에 착수하기 전 시아라에게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경력을 타진해 볼 것을 제안 하기에 이른다. 이에 그녀는 그룹을 탈퇴해 솔로로서의 경력을 쌓기로 결심했고, 그 후 약 1년 간 지역 내 각종 경연대회에 참가하며 자신의 이름을 업계 내에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토니 브랙스턴(Toni Braxton) 등과 같은 정상급 아티스트와의 작업으로 유명한 재지 파(Jazze Pha)를 만나게 되며, 시아라는 그가 소유한 레이블인 [쇼너프(Sho’Nuff)]와 레코딩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쇼너프]의 음반 배급을 책임지던 당시 [아리스타(Arista)] 레코드 사의 수장인 엘 에이 리드(L.A. Reid)에게도 합격 점을 받게 되며, 그녀는 소속 사 및 [아리스타] 레코드 사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재지 파를 비롯한 여러 특급 프로듀서들과 함께 올 여름 내내 데뷔 앨범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최신 트렌디 R&B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데뷔 앨범, [Goodies]
125,000장의 판매고를 거두며 지난 해 10월 경 [빌보드] 팝 앨범 차트 3위로 데뷔한 시아라의 데뷔 앨범 [Goodies]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트렌디 R&B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음반’ 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즉, 현재 유행 중인 그루브 만점의 신나는 힙 합 트랙들 및 세련된 R&B 러브 발라드들이 앨범 내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시아라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여성들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여러 편린들 (겉 멋만 중요시하는 남자들에 대한 쓴 소리 혹은 사랑에 대한 능동적인 접근 등)을 직접 쓴 곡들의 가사들을 통해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비슷한 세대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또한 이끌어 내고 있다. 이렇듯 현재 미국 및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히트 곡의 공식이 음반 내에 빠짐없이 담겨 있는 바, 향후 그녀의 데뷔 앨범은 첫 번째 싱글 못지않은 가공할 만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여겨진다.
먼저 타이틀 곡 ‘Goodies’로 대표되는 여러 파티 넘버들을 통해, 시아라는 청자들로 하여금 몸을 자연스레 움직이게 하는 감각적인 힙 합 비트와 들으면 들을수록 끌리는 자신이 가진 목소리의 매력을 제대로 선사해 주고 있다. 사실 그녀가 이 곡을 녹음하게 된 데에는 엘 에이 리드가 어셔의 ‘Yeah’ 작업 중 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곡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운드 메이킹 면에서 두 곡간의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자칫 딱딱하게 들릴 법한 신디사이저 비트를 상쇄해 주고 있는 섬세한 시아라의 보컬 그리고 게스트로 참여한 피테이 파블로의 맛깔나는 래핑이 ‘Yeah!’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안겨 준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미시 엘리엇(Missy Elliott)과 함께 해 현재 차트 상위권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두 번째 싱글 ‘1,2 Step’, 묵직한 드럼 비트 하에 리드미컬한 곡 진행을 선보이는 ‘Hotline’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클럽 가를 휘어잡을 법한 댄스 넘버 ‘Lookin’ At You’는 ‘Goodies’ 만큼의 대형 히트가 예상된다. 정통 힙 합의 느낌이 짙은 루다크리스와 협연한 ‘Oh’와 복고풍의 소울 리듬이 어우러진 ‘Ooh Baby’도 주목할 만한 트랙들이다.
한편 시아라가 가진 음색의 진정한 매력은 앨범에 반 수 이상 담겨 있는 느린 템포의 R&B 발라드들에 잘 묻어나 있다. 이를 대표하는 곡이 바로 70년대에 활약한 보컬 그룹 LTD의 ‘Love Ballad’를 샘플링 한 ‘The Title’로, 열 여덟 살이라는 나이가 믿어 지지 않는 그윽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아라의 목소리는 성인 층에도 어필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몽환적이면서도 신비한 느낌의 사운드가 인상적인 ‘Thug Style’, 그루브한 베이스 라인과 시아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듣는 이로 하여금 느긋하면서도 편안한느낌을 안겨주는 미드 템포 넘버 ‘Pick Up The Phone’, 알 켈리(R.Kelly)가 선사한 심플하면서도 팝 적인 선율이 담긴 ‘Next To You’도 같은 맥락의 트랙이며, 고인이 된 알리야(Aaliyah)의 목소리를 떠오르게 하는 복고풍의 발라드 ‘Other Chicks’는 소울 보컬리스트로서도 손색 없는 시아라의 곡 해석력이 잘 나타나 있는 곡이다.
현재 [투나잇] 쇼 등 쇄도하고 있는 방송 스케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시아라는, 무대에서 보여주는 실로 열정적인 공연으로 최근 들어 더욱 폭 넓은 계층의 관심을 얻어 내고 있다. 그리고 각종 인터뷰에서도 엿보이는 나이 답지 않은 겸손한 자세를 통해, 이를 지켜 본 대중들은 그녀의 인간 됨됨이에 굉장히 큰 점수를 주고 있기도 하다.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데뷔 전 3년간은 개인적인 삶을 포기할 정도로 음악에 매달리는 열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시아라가 지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좀 더 나은 음악과 아티스트로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외신과의 인터뷰 중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내가 쓰는 모든 곡에 메시지를 담아내려 한다. 그것만이 내가 오랫동안 가수 활동을 유지하게 할 원동력이라고 본다.’ 라는 말만 보아도,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