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ah Jones - ...Little Broken He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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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최고의 기대작!
노라 존스의 5번째 정규 앨범
[Norah Jones – ...Little Broken Hearts]
영원한 '그래미의 여왕' 노라 존스의 새앨범.
최고의 R&B/Soul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와 최고의 보컬 노라 존스가 만났다.
절절하고 담백한 노라 존스 특유의 보이스에 차분하고 풍성한 소울팝이 가미된 매력적인 새앨범.
'Good Morning', 'Travelin' On', 'Happy Pills' 은 필청 트랙!
상실과 분노의 어두움을 차분한 보컬과 풍성한 소울팝으로 감싼
노라 존스의 5번째 앨범
[Little Broken Hearts]
노라 존스(Norah Jones)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Little Broken Hearts]를 발표한다고 밝혔을 때, 이 앨범이 어떤 사운드를 담고 있을지는 결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앨범 프로듀서가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였기 때문이다. 데인저 마우스는 브라이언 버튼(Brian Joseph Burton)의 예명이다. 고전/현대를 막론하고 소울에 최적화된 그의 음악성은 이미 자신의 음악과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결과물들로 이미 검증받았다. 데인저 마우스는 씨 로 그린(Cee Lo Green)과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듀오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로 호평 받았고, 이후 여러 아티스트의 앨범 프로듀서로 참여해 자신의 독특한 소울 취향을 드러낸 바 있었다.
노라 존스 역시 다양한 뮤지션들과 협연했기 때문에 데인저 마우스가 참여했다고 해서 놀랄만한 일이 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안다. 중요한 건, 팝 팬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데인저 마우스의 소울 취향이 노라 존스의 새 앨범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하는 점이다. 적어도 데인저 마우스가 앨범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면 소울의 흔적을 발견하는 건 무척 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동안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선보인 노라 존스가 데인저 마우스를 프로듀서로 기용했다면 당연히 소울 앨범일 거라고 상상하는 일은 무척 쉬웠다는 말이다.
게다가 노라 존스가 지금까지 다른 아티스트와 협연한 협연 리스트에 이미 데인저 마우스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는 것도 이번 앨범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지표였다. 데인저 마우스는 이탈리아 작곡가 다니엘레 루피(Daniele Luppi)와 함께 1960년대 웨스턴 무비 느낌을 담은 앨범 [Rome](2011)을 발표했다. 노라 존스는 데인저 마우스와 다니엘레 루피의 이 프로젝트 앨범 수록곡 “Season’s Trees”, “Black”, 그리고 “Problem Queen”에 보컬로 참여했다.
그렇다면, 노라 존스의 새 앨범 [Little Broken Hearts]는 정말로 소울풀한 앨범이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노라 존스의 기존 음악 스타일과 결별하고 소울로 가득 채운 앨범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데인저 마우스의 손길이 닿았다고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이번 앨범은 무척 많이 변화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노라 존스의 음악을 듣는 팬들 대부분이 그녀의 음악 스타일을 2002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Come Away With Me]에 고정시켜놓고 있기 때문이다. 재즈 취향을 약간 가진 팝, 이게 [Come Away With Me]의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노라 존스가 다양하고 새로운 영역의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그 곡들을 모아 한 장의 앨범으로 공개한 [...Featuring](2010)만으로도 노라 존스를 향한 고정관념은 충분히 깨졌을 법한데도 여전히 재즈 팝 아티스트로 인식하고 있다. 알다시피 노라 존스는 기타리스트 찰리 헌터(Charlie Hunter)의 앨범 [Songs From The Analogue Playground]에 참여해 닉 드레이크(Nick Drake)의 “Day In Done”과 록시 뮤직(Roxy Music)의 “More Than This” 등의 커버곡을 부르며 정식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팝, 컨트리, 록, 재즈, 힙합계 아티스트들과 협연하면서 노라 존스는 한 가지 스타일로 규정할 수 없는 보컬리스트로 성장했다. 가장 쉽게 확인하려면 그녀의 컨트리 프로젝트 밴드 리틀 윌리스(The Little Willies)를 예로 들 수 있고, 또 하나의 예를 든다면 조금 전에 이야기한 데인저 마우스와 다니엘레 루피의 프로젝트 앨범 [Rome] 참여곡 정도가 될 것이다.
사실 [Little Broken Hearts]에 앞선 네 번째 정규 앨범 [The Fall](2009)에서 노라 존스는 이미 과거의 음악을 떠나보냈을지도 모른다. 재즈와 팝의 경계에 있던 데뷔 앨범 이후에도 노라 존스는 컨트리와 포크, 소울의 영역을 오가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쳤다. 그런데 [The Fall]에서 앨범의 톱 트랙이자 첫 싱글 “Chasing Pirates”가 선사한 완전한 팝 취향은 부터, 다니엘 라누아(Daniel Lanois)의 모던록 스타일을 구사한 “Even Though”, 어떤 록 밴드의 여성 보컬리스트인 양 노래한 “Light As A Feather”나 “It's Gonna Be” 등에서 그녀는 이전과 확실히 다른 음악을 선사했다.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프로듀싱 개입 비중을 점차 늘려가던 노라 존스는 [The Fall]에서 프로듀서에게 많은 권한을 주었고, 그동안 그녀와 함께 작업했던 아티스트들과 모두 결별하고 세션 멤버도 처음으로 함께 한 연주자들로 교체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변화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Little Broken Hearts] 역시 [The Fall]의 프로듀서였던 잭콰이어 킹(Jacquire King)과 세션 멤버도 모두 바꿨다. 당연히 사운드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데인저 마우스가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생긴 변화는 무엇일까. 흥미롭게도 그는 이번 앨범에서 프로듀서 역할만 수행한 게 아니다. 다니엘레 루피와 함께 만든 앨범 [Rome]처럼 데인저 마우스는 앨범 전체를 종횡무진 누비며 프로듀서 이전에 노라 존스와 듀오를 결성하기라도 한 듯 앨범 수록곡 전부를 공동으로 작곡했다. 레코딩에서는 프로듀서와 연주자로 참여했다.
이 앨범이 노라 존스의 앨범이기 때문에 되도록 데인저 마우스라는 이름이 주는 선입견을 차단하고 싶지만, 그가 이 앨범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이렇게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의 이름을 자주 거론하게 된다. 이 앨범의 시작 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더더욱 그렇다. [Rome] 앨범이 발표된 건 2011년이지만 실제 레코딩은 2005년에 시작되었고 노라 존스는 2008년에 데인저 마우스를 만났다. 그 인연으로 두 사람은 2009년 여름,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지 않은 5일 동안 비밀 세션을 가졌다. 아마 이 작업이 이어졌으면 곧바로 새 앨범을 발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노라 존스는 당시 발표한 앨범 [The Fall]과 연계된 투어를 시작했고, 데인저 마우스도 인디록 밴드 신스(The Shins)의 제임스 머서(James Mercer)와 함께 브로큰 벨스(Broken Bells)를 결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0년에는 노라 존스가 편집 앨범 [...Featuring]을 발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새 앨범 [Little Broken Hearts] 발표에 앞서 음악 스타일이 바뀌어도 여전히 노라 존스의 음악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충격을 완화시키는 완충작용용 앨범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 무렵에도 이야기했지만 [...Featuring]의 핵심은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도 여전히 노라 존스의 매력적인 보컬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데인저 마우스는 여러 앨범에 세션과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두 사람이 다시 모일 수 있는 상황이 된 2011년 여름이 되자 노라 존스의 새 앨범에 대한 아이디어가 빠르게 오갔다. 데인저 마우스는 작곡가, 앨범 프로듀서, 세션 키보디스트를 담당하며 노라 존스와 함께 새 앨범을 위한 뼈대를 만들어갔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된 후에는 세션 멤버를 불렀다. 이번 앨범을 위한 기본 세션은 노라 존스(보컬, 기타, 피아노), 데인저 마우스(키보드), [The Fall]에도 참여한 드러머 조이 워롱커(Joey Waronker), 그리고 베이시스트 거스 세이퍼트(Gus Seyffert)와 기타리스트 블레이크 밀스(Blake Mills)다. 조이와 거스는 버즈 앤 더 비(The Birds And The Bee)의 2010년 앨범 [Ray Guns Are Not Just The Future]에서 함께 연주한 바 있다. 소누스 쿼텟(The Sonus Quartet)과 첼리스트 헤더 매킨토시(Heather McIntosh)은 앨범에 클래시컬한 서정미를 더해주었다.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앨범 작업은 무척 행복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는 걸 감지할 수 있다. 노라 존스와 데인저 마우스는 마치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던 작곡/레코딩 파트너처럼 12곡을 술술 풀어나갔다. 하지만 [Little Broken Hearts]라는 앨범 타이틀이 암시하듯 이번 앨범은 밝거나 행복한 곡은 단 한 곡도 없다. 오직 열 두 개의 조각으로 나눠 담은 ‘broken heart’만 있을 뿐이다. 앨범 발표 전에 공개한 첫 싱글 “Happy Pills”나 앨범 톱 트랙 “Good Morning”은 낙관적이고 행복한 느낌을 주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깨져버린 심장조각의 일부다.
이유? 이렇게 앨범 전체가 좌절과 상심과 우울과 분노와 독설로 가득 차 있다면, 당연하지 않은가. 노라 존스는 당시 사귀고 있던 소설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상태였다. 데인저 마우스의 스튜디오 벽에 걸려 있던 러스 메이어(Russ Meyer)의 영화 ‘Mudhoney’ 포스터의 포즈와 메이크업을 그대로 흉내 낸 이미지로 앨범 커버아트를 꾸며 영화나 소설 같은 느낌을 주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각 노래에서는 결코 그렇지 못했다. [Little Broken Hearts]는 [Rome]처럼 가상의 사운드트랙이라고 할만한 일관된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앨범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한 여자는 사랑했던 남자가 자기 몰래 22세의 여인 미리엄을 만나다 발각되었지만 그 사실을 끝까지 부인하자 결국 결별한다는 이야기. “Good Moring”에서 시작해 “All A Dream”으로 끝나는 이 스토리가 노라 존스와 남자친구가 결별하게 된 것을 그대로 소설처럼 옮겨놓은 건지는 확인할 수 없다. (물론, 확인해볼 생각도 없다.) 노라 존스는 데인저 마우스와 앨범 작업을 하는 동안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고 한다. 두 사람은 작곡 파트너였으니까 서로 나눈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다는 건 분명하다. 앨범 전체 분위기는 어둡지만 앨범 작업 과정은 전혀 어둡지 않은 건 거기서 비롯된다.
그래서 이 앨범은 ‘사랑을-잃고-나는-울기도-했지만-조금도-아쉽지-않네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는 ‘지독한 상실감과 분노’다. 첫 싱글 “Happy Pills”에서는 친절하고 부드럽게 “제발 사라져줄래?”라고 부탁하고, “Good Moring”에서는 “네가 떠나버린 걸 알고 있다”며 마음을 거두고, “Say Goodbye”에서는 “좋았던 옛날로 날 되돌려줘... 상관없어. 난 괜찮아. 더 이상 네가 필요하지 않아”라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곧바로 꺼내놓고, “Out On The Road”에서는 길은 나섰는데 어디로 가야하는 건지 모르는 마음을 노래했고, 앨범 타이틀 곡 “Little Broken Hearts”는 갈등 상황을 결전이 벌어지기 직전의 긴장감으로 묘사했다.
다행인 건, 이런 노골적인 상심과 분노의 감정이 노라 존스의 음악과 새 앨범에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라 존스와 데인저 마우스는 가사의 분위기에 빠져 허우적대는 대신 지금까지 두 사람이 경험했던 다양한 음악을 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아놓는 걸 잊지 않았다. 서두에 말한 대로 이 앨범은 데인저 마우스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소울의 영향이 감지된다. 지난 앨범 [The Fall]의 첫 싱글 “Chasing Pirates”과 유사하면서도 데인저 마우스의 소울풀한 분위기와 클래시컬한 서정미까지 더해 더욱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 “After The Fall”, 소울과 웨스턴 무비를 결합한 듯한 “Say Goodbye”와 “4 Broken Hearts”, 마치 수잔 베가(Suzanne Vega) 커버곡을 듣는 듯한 착각이 드는 “Little Broken Hearts”, 네오 사이키델릭 소울의 혼미한 사운드로 자극하는 “Take It Back”,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한 인디록적 감성을 담아낸 “Travelin’ On”, 아델(Adele)을 염두에 둔 듯한 “Happy Pills”와 “Miriam”, 거의 7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으로 데인저 마우스의 영향력을 가장 강력하게 감지할 수 있는 깊이를 선사한 앨범의 마지막 곡 “All A Dream”까지, 노라 존스는 팝과 록과 소울과 웨스턴 무비의 영역을 오간다.
노라 존스의 다섯 번째 앨범 [Little Broken Hearts]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소울/팝 앨범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꾸준히 방향을 바꿨던 노라 존스는 소울메이트 같은 뛰어난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와 만나 정확하게 자신이 하고자 한 음악을 완성시켰다. [Little Broken Hearts]를 듣는 동안 노라 존스의 기존 앨범을 얼마나 떠올랐을까. 많아봐야 두 번? 심지어 2012년 2월에 발표했으니까 채 6개월이 지나지도 않은 노라 존스의 프로젝트 밴드 리틀 윌리스의 최신 앨범 [For The Good Times]는 아예 거론되지도 않았다. 노라 존스의 이번 앨범이 얼마나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는 작은 힌트다.
글: 한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