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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ig David - Born To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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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R&B의 기대주 Craig David의 데뷔 앨범 Born To Do It
“미국 팝 음악 씬에는 많은 활발한 움직임이 있지만 영국은 그렇지 못하다. 그것이 영국의 R&B가 잘 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 목소리는 R&B 성향이 강하지만, 음악만큼은 팝에 가깝게 만들고 싶다. 나는 어린 시절 내내 R. Kelly를 들었고, 또 Donnell Jones의 첫 앨범을 듣고 나서 그를 좋아하게 됐다. 나는 분명히 미국 음악을 들으면서 자라났지만, 그걸 그대로 흉내내려 하진 않았다. 미국의 R&B를 그대로 따라하려고 한다면 결국에는 낙오하게 될 것이다.”
1996년 영국에선 Garage라는 새로운 음악의 흐름이 클럽을 중심으로 굉장한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Speed Garage, Underground Garage, 2-Step 등으로 세분화되는 Garage는 춤추기 좋아하는 젊은이들한테 특히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이 새로운 음악은 미국의 몇몇 프로듀서들한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일렉트로닉을 기본으로 하되 레게, 팝, R&B, 드럼 & 베이스 리듬, 그리고 브레이크 비트와 스크래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포괄하는 Garage 열풍의 중심에는 Artful Dodger(일렉트로닉의 테두리 안에서 힙합, 하우스, R&B, 재즈 등의 여러 장르를 소화해내는 영국의 듀오.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면서도 오히려 그 장르의 뿌리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라는 팀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Craig David는 Artful Dodger의 히트곡 Rewind를 작사한 장본인이었다. 이를 계기로 Craig는 자신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시작했고, 2000년 10월 드디어 데뷔 앨범을 발매할 수 있었다.
1982년 영국의 사우샘프턴(Southampton)에서 태어난 Craig David는 힙합과 R&B를 들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자연스럽게 두 장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니면서 가사를 쓰기도 했고, 소형 녹음기를 들고 다니면서 자신이 흥얼거리는 멜로디를 녹음하기도 했다. 14세 때 사우샘프턴의 가장 큰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기 시작한 Craig는 그 클럽에서 Artful Dodger의 멤버 Mark Hill을 만났고, 쉽게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한 두 사람은 금방 가까워졌다. Craig는 주로 R&B와 레게를 믹싱했고 Mark는 Garage 위주로 음악을 틀었다고 한다. 노트에 가사를 쓰곤 하던 그의 버릇이 빛을 본 건 Damages라는 그룹의 가사 공모에 참가했을 때였는데, Craig는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고 그가 쓴 가사는 Damages의 B-side에 수록된 Wonderful Tonight이라는 곡에 쓰였다. (그 곡은 싱글로 발매되었으며 영국 팝 차트 3위까지 올랐다) “열다섯 살 때였는데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응모했을 테니까... 그 때부터 진지하게 음악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런던의 한 스튜디오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는 주말마다 스튜디오에만 틀어박혀 녹음을 하곤 했으며, R&B 버전으로 작업한 Human League의 히트곡 Human은 그의 첫 작품이 되었다. 그 때쯤 Mark는 What Ya Gonna Do라는 새로운 곡을 쓰고 있었는데 Craig에게 작사를 부탁했고 결국 그는 노래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클럽을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그 곡은 언더그라운드의 앤썸(Anthem: 성가)이라고까지 불릴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Craig는 Wildstar 레코드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게 되었다. 1999년 그 곡은 제목을 Rewind로 변경한 후에 싱글로 발매되었으며 차트 2위까지 오르는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 해 4월 발매된 Craig의 첫 번째 싱글 Fill Me In은 영국 팝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쉴 틈 없이 내달리는 비트와 그 위에 얹어진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가 단순한 R&B 싱어가 아닌 특별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18세의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짜임새 있는 곡의 구성과 화음, 전염성 강한 멜로디와 부드러운 보컬 등은 데뷔하자마자 정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으며, Craig는 영국 팝 음악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차트 정상을 차지한 남자 솔로 가수로 기록되었다. 같은 해 11월에 발매된 Walking Away는 그의 데뷔 앨범 수록곡 중 최고의 트랙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매우 울륭한 곡이었으나, 발매 당시 영국에서는 Destiny’s Child와 LeAnn Rimes에 밀려 3위까지 밖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기타 반주와 어우러지는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감수성을 자극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지난해 11월에 발매된 그의 데뷔 앨범 [Born To Do It]에는 모두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Fill Me In을 비롯해 지난 해 7월에 싱글로 발매되어 차트 1위를 기록했던 7 Days, Walking Away, Time To Party, Once In A Lifetime 등 어느 하나 버릴 곡이 없을 정도로 모든 트랙이 쉽게 귀에 와 닿는데, 애써 쥐어 짜내지 않고 물 흘러가듯 편안하게 부르는 그의 보컬 성향 덕분인 듯하다. 게다가 듣는 사람 거북하게 만드는 바이브레이션도 별로 없으니 모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앨범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겨우 한 장의 앨범을 발매했을 뿐이지만, 영국에서는 Craig David를 영국 음악의 미래라고까지 평가하고 있다. 영국 내 음악인들의 잔치인 Brit Awards에 6개 부문의 후보로 지명되었다는 사실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평가들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거나 걱정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자극을 받아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속이 꽉 찬 청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겨우 스무 살, 데뷔 앨범 한 장으로 정상에 오른 그의 음악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며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평론가 혹은 대중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틀림없이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오랫동안 가고 싶고, 확실한 것들에만 손을 대고 싶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그저 열심히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