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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ig David - Slicker Than Your Average (2CD Limited Edition)
소포모어 징크스 따위는 없다!
보다 다채로운 사운드, 보다 어른스러워진 노랫말로 돌아온 영국 음악계의 신동

우리는 흔히 '영·미권 팝 음악'이라는 표현으로 제 3세계 팝 음악과의 구분을 시도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최근의 영국과 미국의 팝 음악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즉, 영국에서 먹히는 음악과 미국에서 통하는 음악은 분명 다르다는 이야기다. 힙 합과 R&B 등의 흑인 음악과 포스트 그런지 류의 록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미국과 클럽 신을 중심으로 발달한 일렉트로니카와 브리티시 록 밴드들로 대변되는 영국 시장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그리고 보다 정확히 말하면 양국간에는 심한 불균형 현상이 나타난지 오래다. 즉 미국의 우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60년대 중반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초토화시켰던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나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등 팝 음악사를 장식한 전설적인 하드 록 밴드들, NWOBHM(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 그리고 섹스 피스톨스가 주도한 펑크(punk) 무브먼트 등 자랑스런 영국 대중음악의 전통을 떠올려보면 최근의 상황은 영국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미국 아티스트들이 영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예는 많아도 그 반대의 경우는 찾기가 쉽지 않다. 보이 밴드만 하더라도 뉴 키즈 이래 백스트리트 보이스나 엔 싱크 등의 미국 밴드들이 영국 시장에서 선전을 펼친 바 있어도 테이크 댓과 파이브 같은 밴드들이 미국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기는 힘들었다. 테이크 댓 출신으로 영국 최고의 남자 가수로 군림하고 있는 로비 윌리엄스조차도 미국 시장 공략엔 성공하지 못했다. 록 밴드의 경우도 1990년대 이후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경우는 부시를 비롯한 몇몇 팀에 불과한데 그나마 부시의 경우는 브릿 팝이 아닌 그런지 음악을 했던 밴드였다. 이런 상황이니 미국 시장에서 150만 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며 가능성을 보인 크렉 데이빗은 영국 뮤지션들의 체면을 어느 정도 살려준 아티스트라 할 수 있다. 갓 열아홉살 생일을 목전에 둔 2000년 봄 첫 싱글 'Fill Me In'을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올려놓으며 혜성처럼 나타난 DJ 출신의 이 앳된 싱어 송라이터는 두번째 싱글 '7 Days', 그리고 데뷔 앨범 "Born To Do It"을 차례로 차트 1위에 안착시키며 '음악 신동'의 출현을 알렸고 '영국 팝 음악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1위 곡을 배출한 가수'란 타이틀을 갖게된 그는 영국 음악계의 희망으로 부상했다.

크렉 데이빗이 영국 거라지(garage) 뮤직 신의 거물인 아트풀 다저(Artful Dodger)의 마크 힐(Mark Hill)과 공동으로 송라이팅, 프로듀싱을 맡은 데뷔 음반 "Born To Do It"은 거라지와 미국식 R&B, 힙 합, 그리고 멜로딕한 팝 사운드를 절묘히 뒤섞으며 잘게 쪼개지는 비트의 '투 스텝(2-step)'이란 장르를 전파시켰고 'Walking Away'(3위), 'Rendezvous'(8위) 등의 연속 톱 텐 히트 싱글을 터뜨려 크렉 데이빗으로 하여금 영국 최고 권위 상인 브릿 어워즈와 MOBO 등에서 각각 6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고 머큐리 프라이즈에도 후보 지명되는 영예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처럼 각광받던 그도 브릿 어워즈에서는 로비 윌리엄스 등에게 밀려 무관으로 전락했고 머큐리 프라이즈에서도 역시 빈 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2001년 봄에는 익명의 괴한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 이런 아픔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MOBO는 3개 부문에서 그를 선택하며 체면을 살려주었고 송라이터 최고의 영예인 'Ivor Novello' 어워즈에서도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게다가 엘튼 존과 유투의 보노, 심지어 그의 강력한 적수였던 로비 윌리엄스까지도 크렉 데이빗을 옹호했다. 또한 미국 투어를 통해 저명한 미국 출신 뮤지션들을 그의 팬으로 만들었고 150만 장이라는 상당한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기 흐르는 소울풍의 부드러운 보컬, 빛을 발하는 키보드와 기타 연주, 그리고 세련된 느낌의 잘게 쪼개지는 댄스 비트, 거기에 그 나이 또래들이 들려줄 법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노랫말과 이를 감싸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대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고 결국 그의 데뷔 음반은 전 세계 시장 판매량을 합치면 모두 700만 장에 달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어들였다.

이처럼 신인으로서 기대 이상의 혁혁한 전과를 올린 터이니 당연히 이번 2집에 쏠리는 안팎의 관심은 대단할 수 밖에 없다. 우선 크렉 데이빗 자신이 "이번 작품은 Born To Do It 앨범의 속편 격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라거나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다"라고 공공연히 밝힌데서 감지할 수 있듯이 이번 앨범의 사운드는 전작과는 커다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우선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느낌이 들었던 데뷔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훨씬 더 강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진다. 이제 스물 한 살의, 아직도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데뷔작으로 스타덤에 오른 후 그가 대가로 치러야만 시련들은 그를 담금질해 더욱 강해지도록 만들어준 셈이다. 가사 면에서도 데뷔작이 주로 여성과의 사랑 등 그 나이 또래 청춘들이 갖게 마련인 개인적인 관심사들에 치우쳐 있었던 데 비해 이번 앨범은 그런 유아적인 유치함에서는 한참 벗어나 있다. 데뷔작에서의 순진했던 청춘 스타의 모습에 비해보면 냉소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다. 앨범의 문을 여는 타이틀 트랙 'Slicker Than Your Average'이 대표적인 곡으로 노랫말에서 언론과 비평가 등등을 향한 그의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해내고 있다.

"이봐 크렉/세상엔 너를 괴짜라고 깎아내리려는 시기심 많은 인간들이 있어/네 노래가 너무 말랑말랑하다고 말야.../이게 두 번째 앨범이잖아, 그렇지?/그러니까 그 친구들에게 알려주라고/네가 할 일을 해, 시간을 갖고 네 마음을 표현해 봐/...처음 내가 이 자리에 올랐을 때/사람들은 내가 별로라고 생각했어/내가 단지 한 곡 히트시키고 나면 끝이라고 말야...사람들은 내 이미지를 갖고 얘기하지/TV에 나올 때마다 내 모습이 지나치게 깨끗하다고 말야/이쪽 사람들은 너무 시기심이 많아/그냥 날 크렉 데이빗 자신이 되게 내버려 둬/감시하지 말고 말이야....네가 생각하는 기준보다 말끔하다고(Slicker than your average)?/ 도대체 나한테 뭘 바라는지 얘기해 봐..."

확실히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과의 사랑을 노래한 '7Days'라든가 'Fill Me In'과 같은 예전 히트곡들의 핑크빛 노랫말과는 차원이 다르다. 욕설 섞인 에미넴의 직설화법보다는 부드럽지만 '날 그냥 내버려두라'며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 이야기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 노랫말은 이번 앨범의 성격을 완벽하게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있는 그대로의 모습, 크렉 데이빗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앨범의 사운드는 전작에서 일관되게 흐르고 있던 투 스텝으로 대변되는 거라지와 R&B 사운드의 조합과는 다르게 보다 다양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담아내고 있다. 세련된 팝적인 감성보다는 좀 더 R&B와 힙 합의 영향력이 강화되었다. 음색과 창법도 수록곡들마다 다채로운 색깔이 입혀졌다. 이런 변화는 전작에서 찰떡 궁합을 이루었던 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마크 힐의 역할이 상당부분 축소되고 이그노런트(The Ignorant)란 리믹스 팀으로 활동중인 영국 프로듀서 앤소니 마샬과 트레버 헨리 콤비, 그리고 덴마크 출신인 소울쇽과 칼린 콤비 등이 송라이터,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는 것에서도 필연적으로 귀결되고 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지나치게 세련되고 부드럽다'는 일부의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 크렉 데이빗 자신이 시도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 결과 둔중한 베이스라인에 거친 어번 풍의 느낌을 주는 'Slicker Than Your Average'라든가 역시 묵직한 베이스 라인에 크렉 데이빗 스타일의 보코더가 가미된 이번 앨범의 첫 싱글이자 통산 다섯 번째 톱 텐 히트곡으로 기록된 'What's Your Flava'처럼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투 스텝 사운드와 결별을 꾀한 작품들이 이번 앨범에 수록되었다. 특히 후자의 곡은 여자들을 제각각의 맛을 지닌 아이스크림에 비유한, 데뷔작에서 보여주었던 크렉 데이빗 스타일의 에로티시즘이 담긴 곡. 두 곡 모두 크렉 데이빗과 트레버 헨리-앤소니 마샬 콤비가 함께 만들고 이들이 프로듀싱한 작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완전히 투 스텝 사운드에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케트 주연 코미디 영화 "Woo"(1998)의 사운드트랙 수록곡으로 어번 뮤지션 제이미 폭스(Jamie Foxx)와 빌리 모스가 만들고 아디나 하워드(Adina Howard)가 불렀던 'T-Shirt And Panties'가 샘플링된 'Eenie Meenie',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가 인상적인 '2 Steps Back' 등의 작품은 아직도 투 스텝 사운드가 크렉 데이빗에게 유효한 무기임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파티 넘버 'Hands Up In The Air'라든가 여성 보컬과 함께 하는 'What 's Changed' 역시 투스텝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크렉 데이빗의 매혹적인 윤기 흐르는 보컬을 들을 수 있는 곡들도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멜로디컬한 면모를 이어가고 있는데 옛 동료 마크 힐이 함께 한 작품으로 감미로운 어쿠스틱 기타가 인상적인 'Hidden Agenda'라든가 R&B 발라드 곡들인 'You Don't Miss Your Water('Til The Well Runs Dry)', 'Personal'(월드 뮤직 풍의 인트로가 인상적이다) 같은 곡들이 그러하다. 에로틱한 가사와 제목처럼 스패니시 풍의 기타 연주가 동반되고 있는 'Spanish' 역시 눈길을 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앨범에서 가장 주목받을 만한 곡은 영국 음악계의 거물 스팅이 참여한 'Rise & Fall'. 그의 1993년 히트곡으로 영화 [레옹]의 엔딩 부분에 사용되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Shape Of My Heart'의 멜로디가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보컬에도 직접 참여해 빛을 내주고 있는 수작. 이 역시 그저 그런 여자 이야기나 늘어놓는 크렉 데이빗은 더 이상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은 아티스트로서 진일보한 크렉 데이빗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상업적인 성공을 담보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그가 이 앨범에서 보여주고 있는 변화의 시도들, 아티스트로서 진일보한 노랫말 등은 그가 적어도 반짝 스타로 스러지지는 않으리란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증표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