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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 Can't Take Me Home
‘열다섯 살 무렵, 난 다른 사람이 만든 노래를 입만 뻥끗거리며 부르지는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핑크는 회상하고 있는데 이처럼 앨범에 담긴 업템포 위주의 R&B 곡들은 비록 짧지만 많은 경험을 했던 핑크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얼핏 보면 흔한 사랑 이야기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슬그머니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시원한 청량제 같은 느낌이 드는 그녀의 파워풀한 팝 소프라노는 끈적거리는 느낌은 덜하지만 반면에 세련된 감각으로 거부감없이 어필하고 있다. 톱 텐에 진입하며 거뜬히 골드 레코드를 거머쥔 There you go를 비롯해 Split personality, 타이틀 트랙 Can't take me home 등 대다수의 수록곡들이 TLC의 No scrubs처럼 톡톡 튀는, 최근 R&B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또 발라드 넘버인 Let me let you know에서는 라틴 재즈 뮤지션인 키보디스트/피아니스트 닐 크리크(Neal Creque)의 곡 Cease the bombing이 샘플링되었다(이 곡은 닐 크리크가 소울/재즈 기타리스트 그랜트 그린(Grant Greene)에게 주어 그의 1969년 앨범 CARRYIN' ON에 수록한바 있고 1976년엔 닐 크리크 자신의 앨범 BLACK VELVET ROSE에 싣기도 했는데 여기서는 그랜트 그린의 것이 샘플링되었다).
대부분의 수록곡이 R&B 곡들이 흔히 그러하듯 프로그래밍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Stop falling에서는 스트링 파트가 가미되어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으며 Do what you do에서도 기타와 베이스, 드럼, 키보드 등이 직접 연주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상큼한 R&B 사운드, 그리고 매력적인 보컬을 두루 갖춘 핑크는 분명 <LaFace>가 내놓은 뉴 밀레니엄판 신개발 병기임에 틀림없다. 단, Most girls나 There you go, 한국에서도 먹혀들 가능성이 높은 발라드 넘버 Stop falling과 Let me let you go 등에서 머라이어 캐리를 연상시키는 보컬은 그녀가 ‘아류’라는 시비에 휘말릴 소지도 분명 있지만 이를 넘어서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은 앞으로 그녀에게 주어진 커다란 과제임에 틀림없다. 데뷔작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는 핑크. 그녀가 반짝하고 사라져버리는 뭇별중의 하나로 머물게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빅 스타로 떠오르게 될지 그녀의 앞날을 주시해 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