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월드 (Acoustic World) - Acoustic World
|
어쿠스틱월드, 본연의 소리로 세계를 품다.
월드뮤직밴드 ‘어쿠스틱월드’의 셀프타이틀 앨범 ‘Acoustic World’
새로운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가장 오래된 것이 오히려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쿠스틱 월드’는 시간을 초월한 듯한 세 남자가 기막힌 그림을 이루는 월드뮤직밴드이다. 시타르의 몽롱하고 신비로운 사운드에 국악과 일렉트로닉을 더한 앨범 ‘Ambient World’를 발표한 박재록이 있고, 자연과 가장 가까운 천상의 소리 ‘허미’ 창법과 몽골의 전통악기인 마두금이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현재 가장 컨템포러리한 락밴드 ‘한음파’에서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이정훈이 있다. 또한 인도 바라나시에서 타블라를 전공하고 돌아와, 그 연주를 한국 전통음악과 결합하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구성모까지. 먼 나라의 오래된 악기로 눈앞의 세계를 노래하는 이들의 감각은, 부유하듯 시공간을 초월해 그대로 음악에 그려져 있는 듯하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아득한 마두금 연주로 시작하여 시타르와 타블라가 합류해 달려 나가는 1번 트랙 ‘Circle’을 지나, 2번 트랙 ‘몽중련’에서는 ‘꿈속의 인연’이라는 로맨틱한 소재를 다채로운 창법으로 연주한다. ‘허미’창법으로 부르는 멜로디는, 그것이 노래인지 연주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꿈같은 소리로 흐른다.
3번 트랙 'Shiv Ganga Express'에서는 시간을 종잡을 수 없는 인도 열차여행의 한바탕 추억꺼리를 펼쳐 보이는 시타르와 타블라의 흥겨운 연주가 돋보이고, 4번 트랙 ‘남겨진 것들’에 와서는 지나온 길들을 아련하게 뒤돌아보는 듯, 서정미가 짙게 느껴진다.
5번 트랙은, 생소하면서도 가까운 음악이라는 이 앨범의 강점을 위트있게 표현한 리메이크곡으로, 무려 밴드 메탈리카의 명곡 ‘Enter Sandman’을 각 나라의 전통악기들로 재편곡해 실었다. 새롭게 해석된 어쿠스틱월드 버젼의 Enter Sandman은 이들의 음악적 배경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보여준다.
밝은 멜로디와 신나는 비트의 6번 트랙 ‘그림자놀이’를 즐기고, 7번 트랙 ‘Kali Dance’에서 파괴적인 인도의 신화 속 여신 ‘Kali’까지 만나고 나면, 은은한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멜로디가 아름다운 8번트랙 ‘Sunset‘이 기다리고 있다. 싱글에 수록된 버전과 다르게 중국악기 얼후의 연주가 더해지면서 더욱 화려해진 편곡이 인상적이다. 긱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합이 돋보이는 9번 트랙 ’DhaDha’를 마지막으로 신비로운 ‘어쿠스틱월드’로의 여행이 끝난다.
한국의 음악환경에서 월드뮤직은 여전히 생소하고 어려운 장르로 여겨진다. 하지만 각 악기의 전통적 연주에서 벗어나 대중과의 소통과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진하게 묻어난 어쿠스틱월드의 이번 앨범은 그래서 더욱 가치 있고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