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igy - The Day is My En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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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 황제, 프로디지 6년 만의 신보
2015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확정
프로디지 6년만의 신보, 정규 6집 [The Day is My Enemy]
1. 선공개된 화제의 싱글 ‘Nasty’ ‘The Day is my Enemy’ ‘Wild Frontier’등 수록
2. 콜 포터(Cole Porter)/엘라 핏 제럴드(Ella Fitzgerald)의 노래 "All Through the Night"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 타이틀! ("the day is my enemy, the night my friend" 노래 가사 중)
3. 밴드적 요소를 갖춘 앨범! “키스와 맥심은 이번 앨범에서 정말 훌륭한 보컬과 가사를 탄생시켰다.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멋진 밴드 앨범이 탄생했다.” (리엄 하울렛)
4. DJ 문화를 정면으로 비판하다! 싱글“Ibiza는 USB 스틱에 프리믹스 셋을 가지고 다니는 수퍼스타 디제이들을 위한 안티-앤썸이다.”
5. 2015 인천 펜타포트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확정!
[추가 설명글]
댄스 뮤직의 테두리를 아득히 넘어선 야생의 분노!
지구상 가장 폭력적인 전자음악 집단 프로디지(Prodigy)가 주조해낸 불길한 디지털 원자폭탄 [THE DAY IS MY ENEMY]
프로디지가 드디어 6년 만의 여섯 번째 앨범을 출시한다. 이번 신작 발매 전후로 투어를 연속해서 펼치고 있는데 2014년 영국 소니스피어(Sonisphere) 페스티벌에서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 메탈리카(Metallica)와 함께 헤드라이너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고, 2015년도에는 독일이 자랑하는 헤비니스 페스티벌 락 앰 링(Rock Am Ring), 영국의 레딩(Reading), 아일 오브 와잇(Isle of Wight), 티 인 더 파크(T in the Park) 등의 굴지의 페스티벌 또한 일제히 순례할 예정이다. 그리고 2015 인천 펜타포트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이 여정에 한국도 포함되었다.
앨범의 크레딧에 의하면 수록된 곡들은 자신들의 스튜디오는 물론 전세계의 다양한 호텔 룸과 비행기안에서 작곡되고 또한 녹음되었다고 한다. 리엄 하울렛은 신작의 사운드에 대해 왜 이렇게 분노하는 소리들이 담겨 있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저 자신에게 이런 분노가 선천적으로 내재된 것 같다고 덧붙였는데 처음부터 폭력적인 앨범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4년간 작업을 해오면서 이 분노가 일종의 에너지처럼 작용해냈다고 한다. 역시나 이들은 분노를 먹고 사는 동물이다.
첫 싱글로 'Nasty'가 공개됐다. 금속성의 비트를 타고 흐르는 초고속 브레이크 비트 사이로 키스 플린트 특유의 비열한 목소리가 더욱 숨통을 조여낸다. 앨범 커버에 있는 붉은 여우를 주인공으로 사냥꾼들을 자신의 무리로 끌어들이는 강렬한 구성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또한 이 불길한 기운을 더욱 증폭시켜낸다.
엘라 핏제랄드(Ella Fitzgerald)의 스탠다드 넘버 'All Through The Night'의 첫 소절이자 앨범 제목이기도 한 'The Day Is My Enemy'가 두 번째로 공개됐다. "낮은 나의 적이고 밤은 나의 친구"라는 내용의 보컬이 기이하게 반복되는 가운데 맥심의 절규가 박력 넘치는 비트와 함께 '프로디지 사운드'를 증명해낸다. 듣고 있는 것만으로 몸을 움직이게끔 하는 회심의 인트로 트랙이다.
'Wild Frontier'는 8비트 칩튠을 활용해내고 있음에도 여전히 무시무시한 공격성을 들려주는 날카로운 레이브 트랙이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느릿느릿하고 아기자기한 클레이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가 이루어져 있지만 역시나 프로디지답게 충격적인 비쥬얼 또한 내내 이어진다. 8비트 칩튠의 활용은 'Destory' 같은 곡의 인트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곡 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오히려 초창기 2집의 레이브 트랙들을 떠올리게끔 한다.
거친 톤의 문자들로 구성시켜낸 뮤직비디오의 네 번째 싱글 'Wall of Death'는 디스토션으로 잔뜩 찌그러진 신시사이저 음이 혼란스럽게 우리의 두뇌를 자극한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내지르는 부분을 맥심이, 그리고 꾸역꾸역 씹는 듯 내뱉는 랩도 뭐도 아닌 나레이션을 키스 플린트가 각각 포지셔닝해내고 있다. 주로 하드코어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관객들이 각자 양쪽으로 갈라져 한번에 뒤엉키는 모싱 행위인 '월 오브 데쓰'를 제목으로 차용한 만큼 과연 이들의 공연장에서도 앞으로 ‘월 오브 데쓰’를 볼 수 있을 지 자못 기대된다.
음산한 브레이크 비트의 질주 감이 만들어내는 그루브가 점점 가속도를 더해내는 'Ibiza'에서는 영국의 힙합/포스트 펑크 듀오 슬리에포드 모즈(Sleaford Mods)의 현란한 랩을 피쳐링시켜냈다. 이 현기증 나는 전자음 사이로 뻑뻑한 영국어 발음 랩이 속사포로 이어진다. 참고로 리엄 하울렛은 댄스뮤직의 명소인 휴양지 이비자 섬에서 공연했을 당시 좋은 인상을 가지지 못했다며 가이드(Guide) 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었다.
버튼 하나로 흐르는 음악에 맞춰 무대 위에 손을 흔드는 소위 '버튼 푸셔' DJ/전자음악 아티스트들을 비꼰 것이었는데, 한 뮤지션이 소형 제트기로 도착해 주머니에서 꺼낸 USB 스틱을 플러그인 하고 사전에 프로그래밍 된 믹스에 맞게 손을 터는 어리석은 행위에 대해 리엄 하울렛은 맹렬히 조롱했다. 지구상 가장 화끈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프로디지라면 이런 디스를 할만도 하지 않나 싶다.
'Rhythm Bomb'의 경우 영국 일렉트로닉/덥스텝 씬을 휘어잡고 있는 젊은 피 플럭스 파빌리온(Flux Pavilion)을 참여시켜 하드한 미드 템포 튠을 완수해냈다. 90년대 여성 하우스 그룹 조만다(Jomanda)의 'Make My Body Rock 1990'의 보컬 트랙을 하이 피치로 샘플링해내면서 곡의 캐치한 부분 또한 더해내고 있었다. 런던의 루츠 레게 뮤지션 브라더 컬쳐(Brother Culture)의 구수한 보컬을 들을 수 있는 'Rebel Radio'에서는 이들이 매 앨범마다 한 두 곡씩 삽입하는 이국적인 스타일로 곡을 매듭지어냈다. 리엄 하울렛의 주재료는 결국 샘플링이었고 소리의 '선택', 그리고 '배치'는 언제나 놀라울 따름이다.
격렬한 디스토션 기타 리프와 필터 효과가 돌진하는 기세를 만들어내는 'Rok-Weiler’는 오히려 펜드럼(Pendulum) 같은 이들을 떠올릴 법도 하다. 신경을 긁는 고주파의 전자음과 신비롭고 서정적인 스트링과 건반을 병렬시켜낸 'Beyond The Deathray', 타격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드럼 앤 베이스 트랙 'Roadblox'를 차례로 이어내면서 자극적이고 얼얼한 앨범의 무드를 유지시켜낸다.
드럼 루핑이 매력적인 핀란드의 일렉트로닉 그룹 페페 디럭스(Pepe Deluxe)의 원곡 'Salami Fever'를 샘플링한 90년대 풍 빅 비트 트랙 'Get Your Fight On', 그리고 불가리아 출신의 바바카 앤 히스 앙상블(Babaka & His Ensemble)의 곡 'Se Makri Sofra(At a Long Table)'을 샘플링해낸 또 다른 이국 적인 튠 'Medicine'에서도 캐치하고 호쾌한 소리 만들기가 계속된다. 앨범에서 가장 느린 곡인 'Invisible Sun'은 디스토션을 잔뜩 건 트립합 트랙 같았는데 이는 마치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광기 어린 주술 의식을 연상케 끔 한다. 앨범에 이어지는 트랙들은 그저 단순한 소리의 반복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고, 다양한 소스들을 정교히 쌓아 올려내면서 어떤 중후한 그루브와 비트로써 완결 지어갔다.
이번에도 다양한 어레인지, 그리고 혁신적인 크로스오버 사운드가 분위기를 더욱 가열시켜냈다. 전체적인 방향성은 이전 작 [Invaders Must Die]의 성격을 계승해내고 있다는 기분을 줬다. 여전히 격렬하고 캐치한, 무엇보다 상식을 벗어난 기이한 진동으로 가득하다. 자신의 기질을 고수하면서도 그것을 더욱 극단적으로 끌어 올려냈고 결국 듣는 이들이 손쉽게 날뛸 수 있는 비트들로 충실히 앨범을 채워놓았다. 그러니까 프로디지가 해왔던 것은 일종의 리듬 혁명이었다. 기성품처럼 반복되는 리듬 감각을 무시한 이들은 거의 강요에 가깝게 사람들을 움직이게끔 유도해내는 빠른 그루브감, 그리고 날카로운 비트를 자비심 없이 음반이 재생되는 내내 내리 꽂았다.
90년대 프로디지를 실시간으로 체험했던 이들은 이제 나이를 먹었겠지만 여전히 이 비트에 가슴이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프로디지의 관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만큼 응축되어갔고 젊은이들 역시 이들이 주조해낸 날이 선 광기에 마찬가지로 매료됐다. 언제나 그래왔듯 이번에도 마지막까지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내달린다. 프로디지는 이런 방식으로 록 리스너들에게 레이브의 쾌락을 심어내고 있었다.
난폭한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기에 너무나 충분한 한 장을 완수해냈다. 새삼스럽지만 일단은 큰 볼륨으로 들어야만 하는 음악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지만 이들은 미묘하게 시대를 비껴나가고 있었다. 여전히 시대에 반기를 든 이 노련한 아나키스트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유통기한 따윈 존재하지 않는 이 퇴폐적 에너지는 위험수치까지 사람들을 도발시켜내고야 만다. 그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글: 한상철 (불싸조 facebook.com/bullssazo) / 편집: 강앤뮤직